과거 소속팀의 구원투수로 나선 솔샤르(왼쪽)와 앙리. 하지만 이 두 레전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AP
과거 소속팀의 구원투수로 나선 솔샤르(왼쪽)와 앙리. 하지만 이 두 레전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축구팀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의 손을 내미는 존재. 바로 ‘레전드’다. 사령탑 교체가 불가피한 시점인데 마땅한 후임은 찾기 어려울 때, 그 어려운 빈자리를 레전드들이 메워주곤 한다.

올 시즌에도 이러한 상황이 재현됐다. 프랑스 리그앙의 AS모나코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 주인공이다.

리그앙에서 PSG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해온 AS모나코는 올 시즌 16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이어가는 등 최악의 출발을 보였고,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AS모나코는 과거 팀에서 활약한 바 있는 티에리 앙리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감독 경력이 일천한 앙리지만, ‘위닝 멘탈리티’를 잃은 까마득한 후배들을 일깨워 분위기를 쇄신시켜 줄 것이란 기대였다.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 중 하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암흑기를 이어가고 있는 맨유도 올 시즌 악몽을 겪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과 핵심선수들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고,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결국 무리뉴를 경질한 맨유는 우선 팀 레전드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솔샤르는 앞서 감독 경험이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임시방편용’이란 시각이 주를 이뤘다.

이렇게 과거 소속팀을 위해 가시밭길에 나선 두 레전드. 그러나 이 둘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AS모나코는 앙리 감독 부임 이후에도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앙리 감독이 부임하고도 7경기 만에 간신히 1승을 챙겼다. 앙리의 성적표는 리그와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등을 통틀어 5승 4무 11패이며, 이 중 3승은 컵대회에서 올렸다.

반면, 솔샤르는 자신을 향한 못미더운 시선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부임 후 7연승이라는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맨유의 레전드 감독인 맷 버스비의 부임 후 4연승을 훌쩍 넘어선 기록이다. 초반엔 대진운 덕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었지만, 강호 토트넘을 꺾고 경기 내용도 확 달라지면서 쏙 들어갔다. 특히 맨유는 폴 포그바, 마커스 래쉬포드 등 핵심선수들이 솔샤르 부임 이후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두 레전드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마주할 전망이다. AS모나코는 앙리의 직무를 정지시키며 사실상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물색 중이다. 솔샤르는 감독대행을 넘어 정시 감독으로 부임해야 한다는 기분 좋은 여론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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