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제로페이 활성화에 소상공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사진은 2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로페이 국민운동본부 발족식'에서 박원순 시장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이 결의문을 낭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가 시범 운영된 지 한달째를 넘겼다. 아직까지는 소상공인들의 참여율이 저조한데다 이용실적도 미미한 게 현실이다. 이에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이제 한 달이 겨우 지났을 뿐”이라며 지나친 회의론을 경계했다. 제도적 보완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공세는 제도의 취지와 활성화의 동력만 떨어뜨린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소상공인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기로 결의한 만큼 좀 더 관심있게 지켜보자고 제언했다.

◇ 제로페이 도입 한달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2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로페이 국민운동본부 발족식’에 참석한 한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는 제로페이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도입 초기인 만큼 소상공인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낯선 게 현실”이라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제로페이 국민운동본부 발족식’ 행사에 안진걸 소장과 함께 참석,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어봤다.

행사에는 소상공인 관련 단체와 회원 소상공인 등 150여명이 참석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국민운동본부는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주요 소상공인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앞으로 ‘제로페이 홍보대사’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다짐했다. 이날 이들은 “판매자이자 소비자의 일원으로서 제로페이 이용에 적극 동참하고 이용자를 위한 혜택을 발굴, 제로페이 활성화에 뜻을 같이하는 다른 단체들과 협력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시 주도 아래 추진된 간편결제시스템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시범 도입됐다. 제로페이는 가맹점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해 결제하면 내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 소상공인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는 0.3%이다. 연매출 8억원 미만의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아예 없고, 8억원 초과 12억원 미만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제로페이 결제시, 소득공제 40%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 '제로페이 확산' 나선 소상공인들 단체   

다만 아직은 참여율과 이용율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제로페이 가입 신청을 한 소상공인 사업체는 약 5만4,000곳 정도로 추산된다. 소상공인 사업체(66만개)의 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제로페이 출범 당시 2만여곳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고객의 이용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소상공인들 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회원 자영업자들에게 가맹점 가입을 독려하고, 제로페이 홍보와 혜택 강화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이날 대표로 '제로페이 활성화 결의문'을 낭독한 최승재 전국소상공인연합회장과 이재광 전국가맹점주 협의회 공동의장,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 스스로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들단체들은 24일 열린 '제로페이 국민운동본부 발족식'에서 판매자이자 이용자로서 제로페이 확산에 동참하기로 다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상임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위크

이날 이재광 공동의장은 "좋은 취지로 도입이 됐는데 상인들이 뜨뜻미지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600만 자영업자가 제로페이를 이용하고, 또 그 가족까지 이용을 확대한다면 제로페이 확산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처음 시작을 하다보니 부족하고 불편한 점이 많을 수 있다"며 "신용카드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그랬다. 수년간 보완을 거쳐 개선된 끝에 정착이 됐다. 제로페이 역시 부족한 것은 채우고 미흡한 것은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족식이 끝나고 진행된 간담회에서 시스템 보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우선 가맹점 가입 절차가 다소 번거롭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제로페이 가맹점 신청은 온라인, 오프라인, 방문요청 등 3가지 방법 중 1가지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 결제시스템, 생각보다 간단 

이날 온라인 신청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는 시연 영상이 공개됐다. 다만 한 소상공인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복잡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외형만 크고 영업이익이 낮은 일반가맹점의 경우, 제로페이 수수료율 경감 혜택이 미미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매장 포스기와의 연동, 결제시스템과 입금확인 절차 간편화을 위한 시스템 개편도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측은 이날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청취,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서울시청 근처 한 커피숍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해봤다. 생각보다 조작이 어렵지 않았고 시간은 예상보다 빨랐다. /시사위크

안 소장은 "제로페이가 도입된 지 이제 막 한 달 째에 불과하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새로운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결제패턴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보완을 거쳐서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데 집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이 끝나고 안 소장과 함께 직접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해봤다. 결제는 ▲소비자가 직접 매장 내 설치된 가맹점 QR코드를 인식해 보낼 금액을 입력해 송금하는 방식 ▲가맹점에서 매장 내 결제단말기(POS)를 통해 소비자 앱의 QR코드를 읽어 들이는 방식 등 두 가지로 가능하다.

서울시청 근처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첫 번째 방식의 결제가 가능했다. 매장에 들어가기 앞서 문 한켠에 붙은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계산대 QR 미니 판넬이 설치 돼 있었다.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제로페이로 결제한다"고 얘기했더니 직원은 능숙하게 안내했다.

우선 휴대전화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할 수 있는 앱을 켰다. 여기서 앱 첫 화면에 'QR촬영' 항목을 누르니 QR코드 인식 카메라가 자동으로 켜졌다. 카메라 화면을 계산대 앞에 비치된 QR코드에 가져다대자 결제금액을 입력할 수 있는 창이 떴다. 금액을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누르니 결제가 완료됐다.

그러자 직원은 계산기 한쪽에 비치된 매장주 휴대폰을 통해 입금내역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조작이 어렵지 않았고 시간은 예상보다 빨랐다. 포스기를 사용해 결제할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금액을 입력하는 과정이 없어 시간이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안 소장은 "한 번만 해보면, 누구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도입하면 더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제로페이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뗐다. 보다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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