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손흥민. 하지만 토트넘에 복귀하자마자 천금같은 골을 기록하는 등 영웅으로 등극했다. /뉴시스·AP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손흥민. 하지만 토트넘에 복귀하자마자 천금같은 골을 기록하는 등 영웅으로 등극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아시안컵에 다소 늦게 합류한 손흥민은 여러모로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3경기에 출전해 무득점에 그쳤고, 패배한 8강전에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결과와 내용 모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렇게 예상보다 일찍 토트넘에 돌아간 손흥민은 복귀 첫 경기부터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내며 팀의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해리 케인 등 핵심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손흥민은 ‘돌아온 영웅’이 됐다.

같은 손흥민이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와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그는 달랐다. 그리고 이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감독의 선택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새벽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 유나티드와의 경기를 소화한 뒤 곧장 UAE로 향했다. 그리고 16일 밤 중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맨유와의 경기가 끝난 지 67시간 만에 아시안컵 경기에 나선 것이다. 벤투 감독은 선수가 원했고, 검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장거리 비행과 시차 등을 고려하면 혹사 논란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2대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임에도 손흥민이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해 출전시킨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정규시간 막판까지 손흥민을 빼지 않은 것은 물음표가 가시지 않았다.

이어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연장까지 소화한 손흥민은 내내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특유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의 이 같은 부진은 결국 대표팀의 패배로 이어졌다. 중국 전에서의 무리한 기용이 카타르 전 패배로 돌아온 것이다.

손흥민이 카타르와의 경기를 마친 것은 26일 0시. 토트넘은 28일 새벽 1시에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FA컵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토트넘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첼시에게 패하며 핵심 선수 이탈에 따른 여파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때마침 돌아온 손흥민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머리에서 지웠다. 무조건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에세 0대2로 패하고 말았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손흥민을 투입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의 이 선택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까다로운 상대인 왓포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의 활약으로 승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선두 리버풀과 2위 맨체스터시티가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승리였다.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손흥민이 다시금 좋은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여전히 핵심선수들의 공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의 이러한 선택은 벤투 감독의 선택과 비교해 의미하는 점이 상당하다. 중국 전에서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했더라면 어땠을지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아시안컵 결승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럽에서 활약하고, 대표팀의 핵심인 손흥민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자주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면 장거리 비행을 자주해야할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은 이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선수가 최상의 상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넓은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 감독의 중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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