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왕’이라 불리던 알렉시스 산체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뉴시스·AP
‘산왕’이라 불리던 알렉시스 산체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바르셀로나 시절 ‘메없산왕’이라 불리던 알렉시스 산체스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비로소 ‘산왕’이 됐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선 왕의 위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알던 그 산체스는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칠레의 신성으로 주목받던 산체스는 2008년 유럽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빅클럽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를 품은 것은 세계 최고의 클럽 바르셀로나였다. 산체스의 화려한 드리블과 감각적인 플레이는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이상에 적합했다. 그렇게 산체스는 2011-12시즌부터 바르셀로나에 합류하게 됐다.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산체스는 산체스였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부상 및 부진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2013-14시즌, 산체스는 바르셀로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메없산왕’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때다.

하지만 메시의 존재감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여기에 루이스 수아레즈의 합류까지 추진되면서 산체스는 바르셀로나와 작별의 길을 걸었다. 그의 행선지는 런던의 아스날이었다.

아스날에서 산체스는 ‘메없’을 떼어내고 진정한 왕으로 등극했다. 특유의 화려한 드리블과 폭발력 넘치는 득점력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아스날을 이끄는 리더가 됐다.

산체스의 활약은 꾸준히 훌륭했다. 그러나 아스날의 아쉬운 행보는 산체스의 야망을 허기지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우승권 팀과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자 산체스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약만료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산체스는 재계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의 이적은 기정사실화됐다. 2017-18시즌을 앞둔 여름 이적시장에선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이 성사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결국 그가 향한 곳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2018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맨시티가 아닌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명가 재건이 절실했던 맨유가 거액을 들여 산체스를 품는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산체스는 맨유에서 왕이 되지 못했다. 많은 기대 속에 합류했으나, 첫 시즌 성적은 컵대회 포함 12경기 2골에 불과했다. 심기일전한 새 시즌 역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실망스러운 모습만 이어졌고, 팀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맨유가 변화를 택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세 무리뉴를 경질하고 올레 군라르 솔샤르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한 맨유는 이후 연승가도를 달리며 확 달라졌다. 무리뉴 시절 부진의 원흉으로 질타를 받던 폴 포그바 등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산체스만큼은 반전이 없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나타난 산체스의 모습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제시 린가드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투입된 산체스는 어떠한 존재감도 발휘하지 못한 채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자신의 능력으로 승리를 만들고 경기를 바꾸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산체스는 언제쯤 왕의 귀환을 알릴 수 있을까. 산체스의 잃어버린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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