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아약스에게 뜻밖의 참패를 당하며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뉴시스·AP
레알 마드리드가 아약스에게 뜻밖의 참패를 당하며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리그 및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자존심은 구겨지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PSG,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적인 명문구단을 모두 꺾은 뒤 결승전에서 리버풀까지 제압하며 챔피언스리그 3연패이자 통산 13번째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비록 자국 리그에선 아쉬움이 컸지만, 유럽을 제패한 것이다.

3연패, 그리고 13번의 최다 우승 횟수에서 알 수 있듯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에 강하다. 리그에서 다소 주춤하다가도 챔피언스리그에선 막강한 모습을 이어가며 ‘챔스 DNA’를 가졌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레알 마드리드의 마지막 자존심이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네덜란드의 아약스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렀다. 아약스는 네덜란드의 명문구단이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보단 한 수 아래였다. 또한 앞선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2대1 승리를 챙겨놓은 상태였다. 역대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한 팀은 모두 8강에 진출했다. 게다가 2차전은 레알 마드리드 홈에서 열렸다. 모든 것이 레알 마드리드에 유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4분경 라파엘 바란이 골대를 강타하며 예상대로 손쉽게 기세를 가져오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모두의 예상을 깬 경기가 펼쳐졌다. 한 차례 아찔한 위기를 넘긴 아약스가 전반 7분 선제골에 성공하더니, 18분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전반전을 2대0으로 앞선 채 끝낸 것이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에만 2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되고, 전반 막판 또 한 차례 골대 불운을 겪는 등 경기양상이 최악으로 흘러갔다.

후반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맹활약을 펼치던 아약스의 두산 타디치가 쐐기골을 장식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한 골을 따라붙었으나, 아약스는 네 번째 골까지 성공시키며 참패를 선물했다.

이 경기로 레알 마드리드는 많은 것을 잃게 됐다. 먼저, 홈팬들 앞에서 참패를 당했고, 챔피언스리그는 16강에서 멈춰 섰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3위에 그치고 있고, 선두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가 12점에 달한다. 코파 델 레이에서는 바르셀로나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상 ‘무관’의 가능성이 높아진 올 시즌이다.

이 경기에 얽힌 여러 스토리들 또한 레알 마드리드를 더욱 아프게 한다.

먼저 핵심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다. 그는 지난 1차전 경기 막판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를 받았고, 누적 경고로 인해 2차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그런데 라모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도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8강 이후 누적경고 관리를 위해 일부러 경고를 받았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이는 비신사적인 꼼수이자, 아약스를 무시하는 언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라모스는 팀의 2차전 참패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경솔한 행동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뿐만 아니다. 이날 참패를 안긴 아약스엔 바르셀로나와 관련된 선수들도 있었다. 공격진의 일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프랭키 데 용은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로 합류할 예정이다. 또한 결정적인 선방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좌절시킨 아약스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다. 예비 바르셀로나 선수 및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들로부터 뼈아픈 참패를 당한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선 여러모로 더욱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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