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몰카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9개월 전보다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몰카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9개월 전보다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몰카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 일년간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범죄 비율이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불특정 다수 몰카, 지속 확대되는 상황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접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8개월 동안 총 2,379명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297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지원 건수는 3만3,921건에 달한다.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 총 5,687건 가운데 2,267건(39.9%)은 유포 피해에 해당한다. 문제는 유포 피해의 절반 이상이 피해영상이 제작된 것을 몰랐던 ‘불법촬영’이라는 점이다. 불법촬영의 65.2%는 지인에 의해 발생됐다. 나머지 34.8%는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몰카 범죄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실제 여가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결과’에 따르면 지인에 의해 일어난 불법촬영 비율은 전체의 75%로 조사됐다.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9개월 만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불법촬영 범죄가 9.8% 증가했다. 

◇ 지하철, ‘5호선·4호선’ 가장 위험… 몰카 범죄 개선될까
 
이는 지하철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몰카 범죄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모든 지하철역이 위험 장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지역마다 범죄자 및 유동인구 규모가 달라서다. 이에 최근 KT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지하철의 디지털 성범죄 현황을 분석했다. 지난해 4월부터 경찰청 컨소시엄과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서울, 수도권 지역의 전철 22개 노선 및 604개의 역 및 출구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지하철 불법촬영 범죄는 여름철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로는 평일 출퇴근 시간, 장소는 상업지역 및 오피스 지역이 위험 장소에 해당한다. 또, 다른 연령 대비 20대 여성이 많은 지역에서 범죄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20대 여성의 유동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비율이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지하철마다 불법촬영 위험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고위험 수준의 1등급이 가장 많은 노선은 5호선으로 확인됐다. /KT
지하철마다 불법촬영 위험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고위험 수준의 1등급이 가장 많은 노선은 5호선으로 확인됐다. /KT

지하철마다 위험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 발생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 근거해 지하철 역별 위험도를 1~5등급으로 나눈 결과, 고위험 수준의 1등급이 가장 많은 노선은 5호선으로 확인됐다. 몰카 범죄율이 높아지는 여름철(2018년 7월) 기준이다. 단, 역별위험도와 위험출구는 변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5호선의 경우 △여의도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공덕역 등 총 3곳이 몰카 발생률이 높은 1등급으로 분류됐다. 같은 기간 7호선과 8호선에서 1등급 역이 없는 것으로 집계된 것과는 대조된다. 또, 여의도역은 3번 출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1번·13번 출구, 공덕역은 4번 출구 등이 고위험군에 속했다. 뒤를 이어 △4호선(2건) △1·2·3·6·9호선(1건) 등의 고위험군이 확인됐다. 

심지어 이 기간에는 5등급(안전군)을 받은 지하철역은 한 곳도 없다. 조사에 포함된 604개의 역 모두 몰카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개선될 여지는 있다. 경찰청은 해당 빅데이터 결과를 기반으로 △순찰지역 추천 △불법촬영 단속 업무 노선 추천 △단속 시간 및 지역 결정 △불법촬영 예방 캠페인 지역 선정 등의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장은 “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위험지역에 대한 과학적 관리를 통해 불법 촬영범죄 등 대 여성 범죄를 예방하겠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민생 치안 서비스 개발로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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