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32만 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2018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32만 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금은 싱거웠던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왔습니다. 봄과 함께 최악의 미세먼지도 찾아왔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특히 아이를 둔 부모입장에서 극심한 미세먼지는 큰 스트레스이자 공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자극적인 논쟁만 이어갈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논의들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갈수록 힘이 넘치고 장난이 늘어가는 딸아입니다.
갈수록 힘이 넘치고 장난이 늘어가는 딸아입니다.

오늘로 태어난 지 285일, 10개월을 향해가고 있는 저희 아이는 늘 그렇듯 정말 많이 컸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로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큰지요. 물론, 많이 큰 덕분에 이제 외출이나 외식이 한결 수월해지긴 했습니다. 무겁다는 것만 빼고요.

오늘은 최근 발표된 2018년 출산 관련 통계 잠정치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2018년의 출산 관련 통계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에 있어 최악일 뿐, 앞으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숫자들이 나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태어난 1987년, 저와 동갑내기로 태어난 출생아 수는 62만2,831명이었습니다. 제 딸이 태어난 2018년엔 32만6,900명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약 3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출생아 수가 30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절반 수준이죠.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은 1987년 15.0이었습니다. 2018년은 6.4입니다. 2017년엔 간신히 7을 지켰지만, 이마저도 무너졌네요.

더욱 충격적인 수치도 있습니다.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0.977로 1도 넘지 못했습니다. 2016년엔 1.172, 2017년엔 1.052였죠. 단순하게 계산해볼까요. 남녀가 결혼을 해서 평균 1명의 아이만 낳아도 인구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2명 이상을 낳으면 인구가 늘어날 거고요. 그런데 모든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가 1보다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재앙에 가까운 사태입니다.

통계 자료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원인을 보다 뚜렷하게 찾게 해줍니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해결책도 모색할 수 있고요. 물론, 이처럼 참혹한 출생아 수 및 출산율은 결혼의 감소와 무자녀 부부의 증가 등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납니다. 다만, 여기에선 2018년의 출산 관련 통계에 초점을 맞추고 두드러진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10년간 연령대별 출산율 및 출산 순위별 출생아 수 추이입니다. 이제는 20대후반보다 30대후반의 출산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최근 10년간 연령대별 출산율 및 출산 순위별 출생아 수 추이입니다. 이제는 20대후반보다 30대후반의 출산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들의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출생율이 사상 최초로 7아래로 떨어지고,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1에 미치지 못한 것 외에도 올해 출산 관련 통계에서는 사상 최초인 것이 많습니다. 핵심적인 것이 30대 후반의 출산율이 20대 후반의 출산율을 처음으로 앞지른 거죠.

과거에는 20대후반과 30대초반이 출산율이 가장 높은 시기였습니다. 불과 10년 전인 2008년만 해도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101.5, 20대 후반의 출산율은 85.6이었습니다. 당시 30대후반의 출산율은 26.5에 불과했죠. 그런데 지난해에는 20대후반의 출산율이 41.0, 30대후반의 출산율이 46.1을 기록했습니다. 불과 10년 사이, 20대후반의 출산율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30대후반의 출산율은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30대후반이 낳은 출생아 수가 20대후반이 낳은 출생아 수를 넘어선 것은 이미 지난해죠.

40대 초반의 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2008년만 해도 40대초반의 출산율은 3.2, 출생아 수는 6만5,00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출산율이 6.4로 정확히 2배 올랐고, 출생아 수도 12만4,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는 평균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8년엔 첫째 아이를 낳는 평균연령이 29.6세였는데요, 지난해에는 31.9세가 됐습니다. 아마도 올해는 처음으로 32세의 고지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령산모로 분류되는 35세 이상의 구성비 역시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습니다. 2008년엔 14.3%였는데, 지난해에는 무려 31.8%를 기록했죠. 반면,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50%를 넘던 20대후반 산모의 비중은 지난해 19.9%에 그치며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출산이 갈수록 늦어지면서, 첫째아이 이후의 출산도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아이는 17만6,000명, 둘째아이는 11만9,000명, 셋째아이 이상은 2만8,000명이었습니다. 셋째아이 이상이 3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 역시 처음이네요. 2017년과 비교하면 전체 출생아 수 감소율이 8.6%였는데, 첫째아이는 5.9%, 둘째아이는 10.5%, 셋째아이는 19.2% 줄어들었습니다. 첫째아이가 평균미만인데 반해 둘째아이와 셋째아이의 감소 폭이 큽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출산율 속에서도 세종시의 수치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갈수록 심각해지는 출산율 속에서도 세종시의 수치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결국 결혼과 출산이 점점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 출산율 문제의 중요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업 및 구직활동이 길어지고, 결혼비용 및 집값마련 문제로 인해 결혼이 미뤄지고, 결혼 뒤에도 직장 및 육아 문제로 출산을 망설이게 되는 겁니다. 물론 결혼과 출산을 천천히 하고자 하는 세태도 중요한 부분이고요.

결혼과 자녀를 기피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그것대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가치관 등에 얽힌 문제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긴 쉽지 않겠죠.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여러 사회문제의 해결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겁니다.

보다 빨리, 출산율의 급락에 제동을 거는 방법은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의사가 있음에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일자리문제, 주거문제, 육아문제 등이 대표적이겠죠.

지난해 출산 관련 통계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볼 수 있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전국 각 지역별 통계에서 세종시가 12.5의 조출생률과 1.57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점입니다. 전국 평균 비교하면 조출생율은 2000년대 초반 수준이고,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전까지 평균 수준입니다. 물론 2017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볼 순 없는 수치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형적으로 높은 세종시의 출산율은 정부청사로 인해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세종시는 복지가 보장된 안정적인 일자리와 서울 등에 비해 비교적 부담이 덜한 주거환경, 그리고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육아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아이를 갖는 것에 따른 고민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30년 사이에 30만 명의 신생아가 사라졌습니다. 부디 올해는 출산 관련 통계의 방향이 바뀌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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