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득점왕 경쟁구도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AP
EPL의 득점왕 경쟁구도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최근 수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 경쟁은 주로 특정 선수의 독주 또는 양강구도로 이뤄져왔다.

지난 시즌은 모하메드 살라와 해리 케인이 끝까지 알 수 없는 각축전을 벌인 끝에 2골 앞선 살라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해리 케인은 그보다 앞선 두 시즌의 득점왕이었다. 2015-16시즌엔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제이미 바디가 1골 차로 끝까지 따라붙었으나, 2016-17시즌엔 로멜루 루카쿠 정도만이 해리 케인을 견제했다.

또 2014-15시즌엔 아구에로, 2013-14시즌엔 루이스 수아레즈의 독주가 펼쳐졌고, 2012-13시즌엔 로빈 판 페르시와 수아레즈가, 2011-12시즌엔 판 페르시와 웨인 루니가 경합을 펼쳤다. 2010-11시즌엔 아예 카를로스 테베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공동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올 시즌도 이러한 구도가 이어지는 듯했다. 피에르 에머릭 오바메양이 초반에 우세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살라와 해리 케인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공백을 빚으면서 오바메양-살라의 2파전이 예상됐다.

그런데 이후 양상은 예상 밖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존 선두권 선수들이 주춤한 가운데, 다른 경쟁자들이 속속 가세한 것이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득점력을 과시한 아구에로가 18골로 선두에 등극했고, 2월 이후 7경기 7골을 기록 중인 사디오 마네도 17골로 2위권에 합류했다.

이로써 현재 EPL 득점왕 경쟁은 선두 아구에로(18골)를 필두로 해리 케인, 마네, 오바메양, 살라가 나란히 17골을 기록하며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보다 2골 처진 라힘 스털링도 득점왕 도전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올 시즌 EPL에선 무려 6명의 선수가 득점왕에 도전하고 있다. 그것도 10경기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즌 막판에 말이다. 전에 보기 힘들었던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현상은 주요 공격수들의 다소 아쉬운 행보로 인해 만들어졌다. 보통 EPL 득점왕은 25골 이상을 거뜬히 기록해왔다. 최근 득점왕들이 기록한 골 수는 32골, 29골, 25골, 26골, 31골, 26골, 30골 등이다. 하지만 올 시즌엔 남은 일정 상 25골을 넘기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안갯속에 빠진 EPL의 득점왕 경쟁구도. 마지막에 웃는 이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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