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회의원, 늘어나도 좋습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 막아주십시오.” 자유한국당이 최근 전국에 내건 현수막 문구다. 당 공식회의를 할 때에도 같은 현수막을 배경막으로 걸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며 의원정수 축소와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수 확대가 불가피하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7년 총선 결과 당초 598석의 의원정수에서 무려 111석이 증가하여 총 709석까지 늘어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의 무한 확대와 극심한 다당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여야4당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한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19일 “선거제에 대한 여야4당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합의 내용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당을 상징하는 색깔처럼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한국당은 ‘가짜뉴스 종결자’, ‘아무 말 대마왕’에 걸맞은 독보적인 지위를 무난히 롱런(Long-run)할 것으로 확신한다. 국민들의 심금을 웃기는 얼토당토않은 혹세무민과 정치공세를 당장 중단하고 그동안의 거짓말에 대해 용서를 구하시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 원내대표의 “독일의 경우, 지난 2017년 총선 결과 당초 598석의 의원정수에서 무려 111석이 증가하여 총 709석까지 늘어났다”는 발언은 사실이다. 독일은 2013년 연방선거법 개정으로 균형의석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각 당에 정당별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되, 배분의석보다 지역구의석이 많아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균형의석’을 추가로 배분해 모든 정당의 의석점유가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충원하는 방식이다.

2017년 독일 총선에서는 정당별로 기독민주당 36석, 기독사회당 7석, 사회민주당 3석 등 총 46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맞추기 위한 균형의석이 추가로 65석 배분됐다. 초과의석을 합산한 뒤 정당별 최소보장의석을 산출하고, 모두가 최소보장의석을 만족하는 의석 배분을 한 결과다. 법정 의원 수는 598명이지만,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111석이 증가한 709명의 의원이 당선된 이유다.

◇ “연동형 비례제, 의석수 늘리지 않는 방법도 여러 가지”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선거제도 개편안은 독일식 연동제가 아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4당이 논의해 국회 법제실 검토를 거친 선거제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은 의석할당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를 뺀 후, 그 수의 100분의 50에 달할 때까지 해당 정당에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을 먼저 배분하고, 잔여의석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득표비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를 배분한 다음 권역별로 최종 의석을 배분한다”

초안에 명시된 국회의원 의석수 배분 방식이다. 지역구의석수와 비례대표의석수를 각각 225석, 75석으로 총 300석을 유지하되 배분 방식을 득표율에 연동하는 것이다.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이 최소 얻을 수 있는 의석수를 배분한 후,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부족하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충원하고, 초과되면 그대로 두는 형식이다. 단, 연동률은 50%다. 300석을 넘는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게끔 넣은 장치다. 의석수를 유지하되 대표성을 높이려다보니 산식이 복잡해진 것이다.

예컨대 A정당이 정당득표율 20%, 지역구 당선자 10명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독일식인 100% 연동형의 경우 A정당은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60석을 보장 받게 된다. 지역구 10석과 비례대표 50석을 배분받는 것이다. 하지만 50% 연동형에서는 그 절반인 30석이 보장돼 지역구 의석 10석을 뺀 비례대표 20석을 배분 받는다. 따라서 50% 연동률 방식에서는 초과의석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심상정 위원장은 “(비례대표) 전체의석이 75석밖에 없다. 각 정당이 받는 기준이 50% 연동률 밖에 안 되기 때문에 100%로 하면 당연히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이러한 복잡성은 300명 정수에서 75석 비례의석을 고정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의원실은 “독일식의 완벽한 연동제는 지지율과 의석수를 정확히 일치시키기 위해 ‘보정의석’이 필요하다. 초과의석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라며 “그러나 초과의석이 발생해도 보정의석으로 보정하지 않는 뉴질랜드식도 있고,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비례의석을 감산해 전체 의석을 고정하는 스코틀랜드식도 있다. 비례의석을 감산하는 방법도 권역 내 정당 간 감산 방법, 정당 내 권역 간 의석 조정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국내 정치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면, 국회의원 의석수를 무한대로 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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