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가 일으킨 파문이 그의 침묵으로 인해 장기화되고 있다. /뉴시스
이용규가 일으킨 파문이 그의 침묵으로 인해 장기화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이용규가 터뜨린 폭탄의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그의 침묵이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용규는 지난 1월 30일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자신의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2년+1년에 총액 26억원이었다. FA시장에 매서운 한파가 부는 가운데, 이용규의 계약은 비교적 선수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참고로 같은 팀 최진행의 경우 1년+1년에 총액 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이용규는 구단을 통해 “프로선수로서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캠프에 임하고 팀의 가을야구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은 얼마 못 가 깨졌다.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16일, 이용규가 방출까지 감수하며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용규는 시범경기 개막 시점에 한용덕 감독과 면담을 갖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한용덕 감독의 만류를 받아들였지만, 이후 재차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팀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레이드 요청 배경으로 지목된 것은 수비위치 및 타순 변경이다. 주로 중견수 및 리드오프 역할을 맡았던 이용규는 다가오는 시즌 좌익수 및 9번타순 배치가 유력했다. 또한 시범경기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려 출전기회를 잘 잡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가 이용규와 FA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그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3년 총액 26억원의 계약을 맺고 선수를 활용하지 않을 구단은 없다. 수비위치 및 타순 변경은 감독의 고유권한이자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복안이었고, 시범경기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검증된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배경으로 지목된 것들은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이에 이용규는 거센 역풍을 마주해야 했다. 특히 FA계약 직후 이유를 알 수 없는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는 점, 그것도 베테랑이 시즌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잡음을 일으켰다는 점 등에서 비판 여론이 상당했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이용규의 행보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용규는 트레이드 요청 파문이 불거진 뒤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실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기적으로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수비위치 및 타순 변경이나 옵션에 대한 불만은 전혀 이번 일의 이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렇다면 왜 이러한 사태를 일으켰는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용규는 “저는 개인이고 구단에 어떤 입장 표명을 해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 또한 베테랑으로서 적절한 행보는 아니다. 최소한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에 불만이 생겨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거나, 자신의 큰 실수였으니 구단과 팬이 허락하면 다시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등 진심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는 야구팬들에게 큰 혼란과 공분을 가져왔다. 또한 향후 FA자격을 취득할 후배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그럼에도 침묵을 이어가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다.

지금 이용규에게 침묵은 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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