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범LG가로 분류되는 인베니아는 올해 들어 주식금수저가 3명 더 늘었다. /그래픽 이선민 기자 /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범LG가로 분류되는 인베니아는 올해 들어 주식금수저가 3명 더 늘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이미지=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가 속도를 내면서 많은 변화들이 포착되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소에 나섰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재벌 총수의 사내이사 연임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 과제인 이른바 ‘주식금수저’ 실태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는 모습도 포착된다.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를 생산하는 인베니아는 범LG가(家)에 속하는 중견기업이다. 구동범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 형제가 지난해 아버지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아 최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또 구동범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LG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과 7촌 사이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구철회 명예회장이 이들의 조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인베니아는 LG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밑거름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인베니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명의 주식금수저를 품고 있었다. 구동범 사장의 장녀 A양과 구동진 부사장의 장남 B군이다. A양은 2003년생, B군은 2017년생으로, 나란히 23만2,000주를 보유 중이었다. 지분율로 치면 1%, 지난해 말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6억8,440만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런데 올해는 주식금수저의 수가 더 늘었다. 구동범 사장의 차녀 C양과 삼녀 D양, 구동진 부사장의 장녀 E양 등이 지난 3월 인베니아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C양은 2005년생, D양은 2011년생, E양은 2013년생이다.

C양과 D양은 같은 날 2만주의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여기엔 각각 6,930만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A양은 이튿날 7만주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보유 주식수가 30만2,000주에 이르게 됐다. 매입에 든 자금은 2억5,746만원이다.

E양의 행보는 더욱 적극적이었다. 세 차례에 걸쳐 총 9만주의 주식을 사들였다. 여기엔 3억3,000만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

우리 나이로 평균 10살인 이들 5명이 보유한 주식은 총 66만4,000주, 지난 1일 종가 기준 21억3,800만원에 달한다.

인베니아의 이러한 주식금수저 실태는 끊이지 않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도 이어진다. 인베니아는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관계사들이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성향을 보여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너일가 지분이 30%에 미치지 않는 인베니아는 배당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인베니아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를 결성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등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주제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인베니아가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오너일가 소유 관계사 중엔 A양이 지분을 가진 곳도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용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인베니아브이가 그곳으로, 인베니아 관계사로 편입된 2016년 12월 이후 90% 넘는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삼촌인 구동진 부사장과 나란히 이 회사 지분 39.35%를 보유 중인 A양은 지난해 1억5,7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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