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양의지 없이도 좋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두산 베어스가 양의지 없이도 좋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안정적인 투수 리드 등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은 물론 3할이 넘는 타율과 20개가 넘는 홈런을 거뜬히 때려내는 공격력까지 장착한 포수. 속된 말로 ‘사기 캐릭’이란 말이 어울리는 주인공은 바로 ‘125억’ 양의지다.

2007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해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타자로 우뚝 선 양의지는 올 시즌 선수인생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익숙했던 두산 베어스 유니폼이 아닌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잠실이 아닌 창원을 홈구장으로 삼은 것이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0시즌을 함께한 두산 베어스에게 양의지와의 결별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양의지는 노련한 볼배합 등 투수 리드가 안정적이었고, 도루 저지 등 전반적인 수비력이 리그 정상급이었다. 공격에서도 일부 주춤했던 시즌만 빼고 3할 타율을 기본으로 기록했고, 특히 지난 시즌엔 0.358의 타율로 이 부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두 자릿수 홈런을 6시즌이나 기록하고, 20홈런을 넘긴 시즌도 4번에 달하는 등 장타력까지 겸비했다.

이 같은 양의지의 이적은 두산 베어스 입장에서 공수양면에 걸쳐 핵심 전력이 유출된 셈이었다. 핵심 선수 2명이 떠난 것과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양의지는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층 또한 두터웠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산 베어스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당연했다. 지난 수년간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혀온 두산 베어스는 2017년엔 기아 타이거즈, 2018년엔 SK 와이번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주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양의지까지 이탈하면서 두산 베어스가 더 이상 강팀의 위치에 서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산 베어스는 양의지 없이도 강한 모습이다. 비록 딱 10경기만 치러진 시즌 초반이지만, 두산 베어스는 8승 2패의 압도적 성적을 내고 있다.

양의지의 안방마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박세혁이다. 올 시즌 주전 포수로 도약한 박세혁은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 시즌 대거 등장한 젊은 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이들의 성장까지 돕고 있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지난 3일엔 5연승을 완성하는 결승타를 때려내는 등 기세가 좋다. 여기에 1994년생 젊은 포수 장승현은 백업포수로서 경험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5타수 3안타에 2루타만 2개를 때려내는 등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양의지의 공격력은 기존의 막강한 타선과 더불어 새로 합류한 용병타자 페르난데스가 채우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시즌 초반 0.389의 놀라운 타율로 팀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와 득점을 생산해냈다. 결정적인 순간 타점을 추가하는 능력까지 입증한 상태다. 아직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장타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용병타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동안 용병타자의 부진이 이어지며 아쉬움이 컸던 두산 베어스 입장에선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양의지 역시 새로운 구단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나가고 있다.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려내는 등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고, 타율 0.355, 4홈런의 맹타와 안정적인 수비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제는 적이 된 양의지와 두산 베어스, 진정한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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