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선발진 한 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승호가 2017년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를 바꾸고 있다. /뉴시스
시즌 초반 선발진 한 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승호가 2017년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를 바꾸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시즌이 후반부를 향해 가던 2017년 7월 31일, 당시 공고한 독주체제를 구축하며 대권 도전하고 있던 기아 타이거즈는 키움 히어로즈와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트레이드의 주인공은 김세현·유재신과 이승호·손동욱이었다. 김세현은 2016년 36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등극한 상태였고, 빠른 발의 유재신은 단기전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았다. 두 선수 모두 역할과 활약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다. 특히 마무리투수 부재가 고민이고,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았던 기아 타이거즈에겐 최상의 전력 강화였다.

반면 반대급부로 이적한 이승호·손동욱은 이른바 ‘긁지 않은 카드’였다. 좌완인데다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긴 했지만 미래는 알 수 없었다. 특히 2017년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기아 타이거즈가 가장 먼저 선택했던 이승호는 프로 진입 직후 팔꿈치 수술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렇듯 당시 기아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는 현재와 미래의 거래였다. 기아 타이거즈는 그해 모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며 결과적으로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9년 시즌이 개막했다. 이와 함께 당시 트레이드에 따른 손익계산서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김세현은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족한 몸상태로 조기귀국했고, 여전히 구위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4.1이닝 6피안타 2실점 평균자책점 4.15로 ‘왕년의 세이브왕’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세현은 지난 시즌에도 48경기에 출전해 18세이브 평균자책점 5.40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역할이 다소 제한적인 유재신도 올 시즌 딱 1번 타석에 들어섰고 기록지는 깨끗하다. 지난 시즌엔 46경기에 나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는데, 아무래도 풀타임을 기대하긴 어렵다.

반면 이승호는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시즌 두 차례 선발 등판해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등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2경기에서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각각 7이닝, 6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은 3.46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32경기에 등판해 가능성을 입증했고, 특히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은 물론 향후 키움 히어로즈의 선발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동욱은 아직 1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지만,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3차례 등판해 10.1이닝을 소화하며 1.74의 평균자책점으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머지않아 1군에서도 기회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듯 2017년의 트레이드 승자가 기아 타이거즈였다면, 지금의 승자는 키움 히어로즈다. 물론 기아 타이거즈도 원했던 우승에 성공한 만큼 완전한 실패로 보긴 어렵다. 다만, 이승호와 손동욱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단 1번의 우승과 10년을 책임질 투수를 맞바꾸는 일이 될수도 있다. 그땐 기아 타이거즈 입장에서도 꽤 속이 쓰릴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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