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ILO 긴급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ILO 긴급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 가운데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87·98호 협약 비준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두 협약은 공무원·교원 노동조합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ILO 협약을 비준하면 공무원·교원의 파업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ILO 기본 협약을 비준하더라도 공무원·교원의 경우 특별법에 의해 단체행동권이 제한되므로 파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ILO 기본 협약은 ILO 회원국으로서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협약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국제연합(UN) 가입을 계기로 ILO에 가입했고,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ILO 기준과 배치되는 국내 노동문제를 개정해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노사 단체에 대한 결사의 자유와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87호 협약과 ‘노동자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를 명시한 98호 협약 외에 ‘강제노동 금지’와 관련된 29·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 결성과 관련된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87·98호 협약이 핵심 쟁점이다. 국제협약이 비준되면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ILO 기본 협약이 비준될 경우 공무원·교원의 노조 조직 및 집단행동을 전면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현행법과 충돌한다. 관련 법안인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공무원·교원의 정치 파업이 일상화될 것”이란 우려는 여기에서 나왔다.

다만 ILO 핵심 협약은 노동자의 ‘파업권’에 대해 별도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담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결사의 자유’ 협약은 자유롭게 단체를 결성할 권리, 자율적으로 규약을 작성할 권리 등이고 명시된 파업권은 없다. 다만 보통 파업권은 87호 협약으로부터 나오는 단결권에서 나오는 권리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노동자의 파업권은 국제협약 비준과 상충되지 않아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ILO 비준 필요성에 맞춰 국회에서 발의된 국가공무원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공무원·교원의 파업권, 즉 쟁의행위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내용은 없으므로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사실로 판단된다.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합 가입범위를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에서 ‘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해직 교원의 노조 가입 자격에 대해서는 해당 노조 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노조 설립과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또는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현행 조항은 그대로 남겨뒀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교원 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보다 개혁적인 개정안으로 판단되지만, 교원의 교육활동을 노조법에서 쟁의행위로 행할 수 없는 ‘공익사업’으로 분류함으로써 결국 교원의 ‘파업’을 막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정미 의원은 “현행법은 교원노조의 쟁의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있으나, 교원의 교육활동은 노동기본권과 학생의 교육권이 서로 동등한 기본권으로서 역할 하는 관계다”라며 “따라서 교원의 쟁의행위권은 일체를 전면 부인하기보다는 외국의 입법례처럼 노조법상 공익사업으로 분류하여 노조법 적용을 받는 것이 합리적 개정이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