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승격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울버햄튼의 특징은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하다는 점이다. /뉴시스·AP
올 시즌 승격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울버햄튼의 특징은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하다는 점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의적.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로운 도적을 말한다.

축구에서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팀을 가리켜 ‘의적’이라 부르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만, 그 의미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유독 약팀에게 발목 잡히는 일이 많은 강팀에겐 썩 달갑지 않은 별명이 되기도 한다. 물론 약팀에겐 최고의 찬사 중 하나다.

올 시즌 새로운 의적으로 떠오른 것은 늑대군단 울버햄튼이다. 그동안 있었던 그 어떤 팀보다도 진정한 의적이라 불릴 만하다.

우선 울버햄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세 팀 중 하나였다. 그것도 2011-12시즌 꼴찌로 강등된 이후 7시즌 만에 다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은 것이었다. 대부분 승격팀은 우선 살아남는 것이 최대 당면과제고, 중위권만 기록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런데 울버햄튼은 3경기를 남겨둔 현재 승점 51점으로 단독 7위를 달리고 있다.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로 다음 순위고, 왓포드, 에버픈, 레스터시티, 웨스트햄 등 쟁쟁한 팀들을 아래에 두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울버햄튼의 상대전적이다. 리그 기준으로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1무 1패, 2위 리버풀과 1패, 토트넘과 1승 1패, 첼시와 1승 1무, 아스널과 1승 1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1승 1무를 기록했다. 이른바 빅6를 상대로 11경기를 치러 4승 4무 3패의 엄청난 결과를 낸 것이다. 이들을 상대로 얻은 승점만 16점에 달한다.

컵대회에서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FA컵에서 리버풀과 맨유를 차례로 제압하며 4강까지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올 시즌 강팀을 상대로 유독 강했던 울버햄튼에게 ‘의적’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는 또 있다. 우선, 울버햄튼은 올 시즌 꼴찌로 내려앉으며 강등이 확정된 허더즈필드에게 2번 모두 패했다. 허더즈필드가 올 시즌 거둔 승리는 단 3승뿐인데, 그 중 2승을 울버햄튼이 헌납했다.

그밖에 울버햄튼이 패배를 허용한 상대의 면면은 레스터시티(10위), 왓포드(8위), 브라이튼(17위), 토트넘(3위), 카디프시티(18위), 리버풀(2위), 크리스탈 팰리스(12위), 맨시티(1위), 번리(15위), 사우스햄튼(16위) 등이 있다.

울버햄튼은 현재 순위 기준으로 15위부터 20위에 해당하는 6팀 중 19위 풀럼을 제외한 5팀에게 패배를 당했다. 이들과의 11경기 성적은 3승 2무 6패다.

상위 6팀과 11경기를 4승 4무 3패로, 하위 6팀과 11경기를 3승 2무 6패로 장식한 울버햄튼. 위로부터 승점을 훔쳐 아래로 건네주는 진정한 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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