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가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막강한 수비를 자랑하는 리버풀을 제압했다. /뉴시스·AP
리오넬 메시가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막강한 수비를 자랑하는 리버풀을 제압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리오넬 메시.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 그리고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다. 그런 그의 발끝이 또 한 번 번뜩였다. 현재 가장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수비진과 팀을 완벽하게 제압한 것이다. 메시 앞에서는 모든 수비수와 팀이 다를 바 없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한국시각으로 2일 새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은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개의 4강전 중 우승후보에 더 가까운 팀들이 맞붙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르셀로나의 ‘창’과 리버풀의 ‘방패’의 충돌로도 주목을 끌었다.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바르셀로나는 에이스 메시의 활약 속에 리버풀을 3대0으로 꺾었다. 경기내용적인 측면에선 리버풀도 선전했으나,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가장 빛난 것은 역시 메시였다. 바르셀로나는 리버풀 출신인 루이스 수아레즈가 전반25분 특유의 움직임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후 리버풀의 탄탄한 수비 앞에 고전했고, 후반 들어서는 리버풀에게 몇 차례 아찔한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특히 리버풀은 메시를 막기 위해 육탄방어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1대0으로 앞서고 있어도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안심보단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추가골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기 흐름을 리버풀에게 빼앗기고 동점골 또는 역전골도 허용할 수 있었다. 경기가 1대0으로 끝난다하더라도 원정에서 펼쳐지는 2차전이 걱정이었다.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추가골이 반드시 필요했다.

바로 그때 메시가 움직였다. 메시는 후반 29분 수아레즈의 감각적인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이를 그대로 밀어 넣어 추가골을 터뜨렸다. 수아레즈의 역할도 컸지만, 골은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해 메시의 발끝에서 마무리됐다. 메시는 중앙을 돌파하다 자신에게 수비가 쏠리자 센스 넘치는 패스를 페널티박스로 침투시켰고, 수비진과 혼전 속에 튀어 오른 공은 수아레즈에게 향했다. 그리고 수아레즈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순간 공 앞엔 메시가 있었다.

메시가 터뜨린 긴요한 득점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메시는 불과 7분 뒤 본인이 얻어낸 프리킥을 환상적인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거리가 상당히 먼데다 철벽방어를 자랑하는 알리송이 골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메시의 공은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메시가 터뜨린 2골은 리버풀의 올 시즌 강력한 수비를 감안했을 때 더욱 빛난다. 리버풀은 지난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 여름 이적시장에서 골키퍼 알리송을 영입하며 고질병으로 꼽히던 수비진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각각 수비수 역대 최대 이적료와 골키퍼 역대 최대 이적료를 갈아치운 행보였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이 이 같은 전력 보강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필리페 쿠티뉴를 바르셀로나에 팔면서 얻은 수익이었다.

반 다이크와 알리송이 가세한 리버풀은 통곡의 벽이 됐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6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점은 단 20골 뿐이다.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두 맨체스터 시티보다도 2골이나 덜 내줬다. 유럽 주요리그를 통틀어서도 가장 적은 실점에 해당한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리버풀의 통곡의 벽은 높았다. 조별리그에서는 6경기에서 7실점을 허용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16강부턴 제 위용을 되찾았다.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2경기 동안 1골만 허용하며 승리했고, 8강에선 복병 포르투에게 역시 2경기에서 1골만 허용했다.

이처럼 막강한 리버풀 수비의 핵심은 역시 반 다이크였다. 반 다이크는 물오른 수비력을 인정받으며 잉글랜드 프로축구협회로부터 ‘2018-19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비수로서는 14년만의 선정일 정도로 의미가 컸다.

하지만 그런 반 다이크 마저도 메시 앞에선 얼음이 된 상태로 무기력하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여러 차례 좋은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끝내 메시를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팀으로서의 리버풀도 마찬가지다. 특히 메시의 마지막 프리킥 득점은 그를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메시 앞에서는 모든 수비수가 똑같다. 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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