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가 특급 마무리 반열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조상우가 특급 마무리 반열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KBO리그 ‘특급 마무리’ 계보를 이을 투수가 탄생하고 있다. 주인공은 조상우다. 일찌감치 묵직한 강속구로 주목받았던 그가 한 단계 더 진보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야구장을 떠났던 것이 전화위복이 돼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올 시즌 성적은 ‘퍼펙트’에 가깝다. 지난 2일까지 14경기에 등판해 15.1이닝을 소화하며 1승 1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조상우가 등판한 날, 키움 히어로즈는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마무리 투수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완벽하게 수해아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성적도 훌륭하다. 일단 평균자책점이 ‘제로’다. 피안타율은 0.189, 이닝당출루허용수도 0.85로 어지간해선 안타와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뒤늦게 헛스윙을 하거나, 멍하니 얼어붙은 타자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조상우의 자신감이다. 등판할 때부터 눈빛에서 자신감이 넘쳐나고, 그런 모습에 상대 타자들은 더 위축된다. 과거 ‘끝판왕’이라 불리던 오승환의 아우라를 서서히 풍기고 있다.

조상우의 이 같은 모습은 예상 밖이다. 조상우는 데뷔 초부터 묵직한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고, 일찌감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마무리는 물론 선발로서도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며 차세대 리그 에이스로 떠오른 그였다.

하지만 지난해 그는 큰 사건을 겪었다. 성폭행 혐의로 거센 논란에 휩싸이며 야구장에 서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폭행 혐의는 무혐의 종결됐지만, 원정경기 일정 도중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것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실망은 컸다. 조상우 본인에게도 야구인생이 끝날 수 있었던 심각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되찾은 조상우는 한층 성숙해졌다. 1년 가까이 쉰 탓에 우려도 제기됐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더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준 모습이다. 전화위복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1994년생인 조상우는 아직 젊다. KBO리그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해외진출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날의 과오를 잊지 않고, 야구인생 내내 반면교사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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