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승을 함께 완성한 키움 히어로즈의 포수 이지영(왼쪽)과 투수 이승호. /뉴시스
완봉승을 함께 완성한 키움 히어로즈의 포수 이지영(왼쪽)과 투수 이승호. 이들은 각각 1년 전과 2년 전만 해도 키움 히어로즈에 없던 선수들이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국내 유일의 모기업 없는 순수 야구 전문기업인 키움 히어로즈는 고난의 초창기를 딛고 어엿한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에도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쌓아나가며 상위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다.

모기업의 든든한 자금 지원 없이 키움 히어로즈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엔 소위 ‘화수분 야구’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수년간 많은 젊은 스타를 탄생시키며 몸값 비싼 베테랑들의 이탈을 채워갔다. 지금도 투타에 걸쳐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매년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가 꼭 키우는 것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알토란 같은 영입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 8일 펼쳐진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은 키움 히어로즈의 이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키움 히어로즈는 전날 조상우가 무너진데 따른 충격 역전패에도 불구하고 이날 6대0 완승을 거뒀다. 가장 빛난 것은 선발투수 이승호였다. 이승호는 한 경기를 모두 책임지며 LG 트윈스를 0점으로 봉쇄했다. 104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4개의 삼진을 빼앗았고, 안타는 6개만 허용했다. 볼넷도 2개뿐이었다. 이날 오전 미국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류현진 못지않은 깔끔한 완봉승이었다.

이승호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로서 8번째 완봉승이란 영광을 누리게 됐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 좌완투수로서는 2010년 금민철 이후 9년 만의 완봉승이다. 1999년생, 이제 만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를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이처럼 투수진의 보물이자 미래로 떠오른 이승호는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지 2년이 채 안 됐다. 원래는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기아 타이거즈로에 입단했다가, 첫 시즌에 곧장 트레이드되며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우승을 노리던 기아 타이거즈는 당장의 전력 보강을 위해 투수 김세현이 필요했고, 키움 히어로즈는 신예 이승호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렇게 이승호·손동욱이 키움 히어로즈로, 김세현·유재신은 기아 타이거즈로 향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키움 히어로즈의 선수영입 안목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승호의 완봉승으로 빛을 발하게 됐다. 반면 시즌 초반 아쉬운 부진 속에 특히 선발투수진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이승호를 향한 시선에 아쉬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승호는 키움 히어로즈의 선수영입 안목과 더불어 육성이 함께 효과를 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승호와 함께 완봉승을 완성한 포수 이지영은 100% 영입 성과로 평가된다.

이지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최초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로 합류했다. 포수진에 구멍이 난 키움 히어로즈와 거포가 필요한 삼성 라이온즈, 세밀한 부분이 아쉬웠던 SK 와이번스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지영 효과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지영은 지난 8일까지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 1홈런, 12타점, 12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포수로서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주루플레이까지 보여주는 등 공격에 대한 기여가 크다. 수비에서도 박동원과 함께 전담포수제로 역할을 나눠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승호를 비롯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이지영이다.

사실, 그동안 키움 히어로즈는 영입보단 선수를 떠나보내는 일이 더 많은 팀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알짜영입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완봉승 배터리 이승호·이지영을 비롯해 박병호, 서건창 등도 처음엔 외부에서 데려온 선수였다.

키우는 것을 넘어 적재적소의 영입에서도 기지를 발휘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영웅군단이 점차 더 강해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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