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된 토트넘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AP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된 토트넘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결승 대진표가 완성됐다. 유럽의 왕좌 자리를 놓고 각각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된 4팀은 놀랍게도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다. 절대강자 없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프리미어리그가 유럽을 정복했다.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주인공은 리버풀과 토트넘이다. 리버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승전에 진출했고,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이 무대에 올랐다.

두 팀의 결승 진출은 모두 기적적으로 이뤄졌다. 4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난 리버풀은 1차전 원정에서 0대3 패배를 당해 패색이 짙었다. 리그에서의 치열한 우승경쟁을 병행하고 있었고, 주축 멤버들이 부상 등으로 이탈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홈에서 펼쳐진 2차전을 4대0 승리로 장식하며 ‘안필드의 기적’을 썼다.

‘안필드의 기적’이 90분 분량의 드라마였다면, 토트넘은 45분짜리 기적을 연출했다. 아약스를 상대한 토트넘은 1차전 홈경기를 0대1로 내준데 이어 2차전 전반을 0대2로 마쳤다. 하지만 추가시간이 끝날 무렵까지 후반전에만 3골을 넣는데 성공하며 1·2차전 합계 1승 1패 3대3 원정다득점으로 결승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어진 유로파리그 4강에서도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나란히 웃었다. 먼저 아스널은 발렌시아를 상대로 1차전 3대1 승리를 거둔데 이어 2차전에서도 4대2 승리를 거두며 가뿐히 결승에 진출했다.

아스널과 런던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첼시의 결승 진출 과정은 보다 험난했다. 프랑크푸르트와 1·2차전 모두 1대1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 끝에 가까스로 결승 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2018-19시즌 유럽대항전은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끼리의 결승전이 성사됐다. 두 대회의 결승전이 나란히 같은 국가 팀끼리의 맞대결로 펼쳐지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같은 국가 팀끼리의 결승전은 총 5번 있었고, 그 3번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끼리의 맞대결이었다. 1999-2000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가 맞붙었고, 2002-03시즌엔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과 유벤투스가 마주했다. 2007-08시즌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결승에서 만났고, 다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2013-14시즌과 2015-16시즌에 두 차례 마주한 바 있다.

유로파리그에서는 총 8번의 같은 국가 팀 맞대결이 있었다. 원년인 1971-72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과 울버햄튼이 맞붙었고, 1979-89시즌엔 독일 분데스리가의 프랑크푸르트와 묀헨글라드바흐가 만났다. 유로파리그에서는 유독 이탈리아 세리에A 팀끼리의 맞대결이 많았는데, 1989-90시즌엔 유벤투스와 피오렌티나, 1990-91시즌엔 인터밀란과 AS로마, 1994-95시즌엔 파르마와 유벤투스, 1997-98시즌엔 인터밀란과 라치오가 각각 맞붙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끼리의 맞대결이 많았으며, 2006-07시즌엔 세비야와 에스파뇰, 2011-12시즌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슬레틱 빌바오가 결승에서 마주쳤다.

이처럼 챔피언스리그에서 5번, 유로파리그에서 8번에 걸쳐 같은 국가 팀끼리의 맞대결이 성사됐으나 단 한 번도 같은 시즌이었던 적은 없다. 올 시즌의 결승전이 진풍경인 이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이 같은 유럽대항전 정복은 치열한 리그에서 비롯됐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에서도 치열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2006-07시즌부터 2008-09시즌까지 맨유가 3연패에 성공한 이후 단 한 번도 연속우승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 형성된 ‘빅4’ 구도는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등이 가세하며 ‘빅6’로 확대됐고, 레스터시티가 깜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상위권 팀이 중하위권 팀에게 발목을 잡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올 시즌 첼시와 아스널이 그렇듯 쟁쟁한 구단들이 경쟁에서 밀려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로 향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사실상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양분하고 있고, 독일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벤투스, 프랑스 리그1은 PSG가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이 모두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올 시즌 유럽대항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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