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에서 좌절을 겪었던 아약스가 모처럼 자국 리그 우승에 근접했다. /뉴시스·AP
챔피언스리그에서 좌절을 겪었던 아약스가 모처럼 자국 리그 우승에 근접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은 놀라운 기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기적은 누군가에게 감동과 기쁨인 만큼 다른 누군가에겐 절망이었다. 믿기 힘든 역전패로 결승진출이 좌절된 바르셀로나와 아약스는 기적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특히 1970년대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등 4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아약스에겐 더욱 가혹한 결과였다. 우승후보와 거리가 멀었던 아약스는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 8강에서 유벤투스를 꺾는 기적을 연출하며 4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토트넘을 만나 1차전 1대0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차전 전반까지 2대0으로 앞서 나가며 결승 진출의 문턱까지 다가섰다. 하지만 후반전에만 내리 3골을 내줬고, 특히 후반 추가시간 막판에 마지막 실점을 허용하며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자신들이 써왔던 기적으로부터 희생양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약스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팬들도 할 말을 잃은 채 고개를 숙였다. 어떤 위로도 이들의 허망함을 채울 수 없었다.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고, 비온 뒤에는 하늘이 개는 법이다. 아약스는 지난 4년간 자존심을 구겨온 자국리그에서 모처럼 위상을 되찾을 기회를 잡았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최다 우승팀인 아약스는 2009-10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4연패에 성공한 뒤 단 한 번도 우승컵을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라이벌들의 우승을 지켜보며 4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심기일전한 올 시즌도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팽팽한 선두경쟁을 이어가던 PSV 아인트호벤과의 첫 맞대결에서 0대3 완패를 당했다. 전반기 막판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혔으나, 후반기 들어 또 다른 라이벌 페예노르트에게 2대6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PSV 아인트호벤과의 차이도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것은 아약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약스는 2월 들어 3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친 PSV 아인트호벤을 바짝 추격한데 이어 3월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하며 우승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어 4월에도 PSV 아인트호벤이 4승 1무를 거두는 사이 아약스는 5전 전승을 기록하며 둘의 승점은 동률이 됐다.

결정적인 차이는 토트넘에게 충격패를 당한 직후 발생했다. 한국시각으로 지난 12일, PSV 아인트호벤은 알크마르에게 0대1로 덜미를 잡혔다. 반면, 아약스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충격을 딛고 위트레흐트를 4대1로 꺾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1경기다. 아약스는 승점 83점, 골득실 +84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 PSV 아인트호벤은 승점 80점, 골득실 +70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아약스가 패하고 PSV 아인트호벤이 승리를 거둘 경우 양팀의 승점은 동률이 된다. 다만, 아약스가 골득실에서 14점을 앞서고 있어 유리하다. 한 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14점의 골득실을 극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기적의 희생양이 되며 눈물을 흘렸던 아약스. 그래도 5년 만의 리그 정상 복귀가 임박했다는 점이 큰 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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