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트레이드 주인공 중 유일하게 부진에 빠져있는 김동엽. 그에겐 SK 와이번스 시절 보여줬던 호쾌한 홈런이 필요하다. /뉴시스
3각 트레이드 주인공 중 유일하게 부진에 빠져있는 김동엽. 그에겐 SK 와이번스 시절 보여줬던 호쾌한 홈런이 필요하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트레이드는 각 팀의 전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야구팬들의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여러 선수가 한꺼번에 이동하거나, 여러 팀이 개입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여러 여건상 미국 메이저리그에 비해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편이었던 KBO리그에서 3각 트레이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출범 후 무려 38번째 시즌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3각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였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포수 이지영은 키움 히어로즈로 향했고, 키움 히어로즈의 고종욱은 SK 와이번스로, SK 와이번스의 김동엽은 다시 삼성 라이온즈로 향했다.

이 같은 3각 트레이드는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젊은 자원이 대거 성장한 덕에 외야 자원이 넉넉한 반면, 당시 박동원의 부재 및 김재현의 군복무로 포수 포지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었다. 거포가 즐비한 ‘홈런공장’ SK 와이번스는 세밀함을 더해줄 자원이 필요했다. 공격력 강화는 물론 홈구장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거포가 필요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강민호를 FA로 영입하며 ‘주전급 백업포수’로 밀려난 이지영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

트레이드의 경우 즉시전력감과 미래 유망주를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3각 트레이드는 3팀 모두 즉시전력감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그만큼 손익계산서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웃은 것은 키움 히어로즈다.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 포수의 영입은 시즌 초반부터 뚜렷한 효과를 냈다. 이지영은 키움 히어로즈의 투수진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안정감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3할 이상의 타율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 외로 분류됐던 박동원까지 돌아오면서 키움 히어로즈는 단번에 리그 최고 수준의 포수진을 구축하게 됐다.

이처럼 이지영이 새 팀에서 좋은 출발을 보인 사이, 고종욱과 김동엽은 다소 주춤했다. 고종욱은 시즌 초반 주전자리를 꿰차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장점 중 하나인 주루플레이에서도 아쉬움을 남기며 위축됐다. 김동엽 역시 좀처럼 거포 본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먼저 웃은 것은 고종욱이다. 고종욱은 최근 3경기에서만 14타수 9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규정타석을 채우고 타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50, 5월 타율은 0.441에 달한다.

주전 자리를 꿰차고, 출루 횟수 또한 늘어나면서 장점인 주루플레이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고종욱은 5월에만 6개의 도루를 추가해 도루 12개로 이 부문 1위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13개)를 바짝 추격 중이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타이틀을 노려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동엽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3월 20타수 2안타 타율 0.100에 머물더니, 4월에도 38타수 5안타 타율 0.132의 극심한 부진을 이어간 끝에 4월 20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5월초에 다시 돌아왔으나 4경기 9타수 무안타의 실망만 남긴 채 다시 2군으로 향한 김동엽이다.

지난 두 시즌 모두 20홈런을 기록하며 거포로서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내비쳤던 김동엽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김동엽은 올 시즌 아직 마수걸이 홈런조차 없다.

KBO 역사상 최초의 3각 트레이드가 모두에게 해피엔딩으로 남기 위해선 이제 김동엽의 활약만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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