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를 통해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아탈란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AP
마지막 경기를 통해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아탈란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19시즌 세리에A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찌감치 유벤투스가 우승을 확정짓는 등 올해도 싱거운 우승경쟁이 펼쳐졌지만, 마지막 경기를 통해 엇갈린 각 팀들의 운명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흥미로운 요소였다.

마지막 경기를 통해 판가름 난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쟁탈전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동시에 치러진 3경기가 서로 얽히고설켜 반전을 거듭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아탈란타와 인터밀란, AC밀란이다. 우승팀 유벤투스와 2위 나폴리가 이미 2장의 티켓을 가져간 가운데, 남은 2장을 놓고 세 팀이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었다. 승점 66점의 아탈란타와 인터밀란이 조금 우위에 있었지만, 승점 1점차로 추격 중이던 AC밀란도 마지막 경기에 따라 얼마든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했다.

이들의 마지막 경기는 동시에 시작됐다. 아탈란타는 사수올로, 인터밀란은 엠폴리, AC밀란은 스팔2013을 마지막 상대로 마주했다.

먼저 골을 터뜨린 것은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던 AC밀란이다. 전반 18분 만에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때마침 아탈란타가 전반 19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AC밀란은 챔피언스리그에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이에 흥이 올랐는지 5분 만에 추가골까지 터뜨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AC밀란은 5분 뒤 만회골을 내줬다. 마치 어떤 복선과 같은, 불길한 실점이었다. 이어 아탈란타가 전반 35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AC밀란을 둘러싼 분위기는 조금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전반전은 그대로 끝났다. AC밀란은 앞서고, 아탈란타와 인터밀란은 무승부인 상황이었다. 전반전이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AC밀란의 극적인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후반전엔 또 다른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번엔 인터밀란이 변화를 만들었다. 후반 6분 고대했던 선제골을 뽑아내며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인터밀란과 AC밀란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8분, AC밀란은 스팔2013에게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같은 시각, 아탈란타는 역전골을 뽑아냈다. 아탈란타가 AC밀란이 쥐고 있던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빼앗는 순간이었다. 아탈란타는 후반 20분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향한 축포까지 쏘아 올렸다.

이렇게 전반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됐지만 AC밀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21분 기어코 앞서나가는 추가골을 기록하며 희망의 불꽃을 다시 살렸다. 그런데 10분 뒤 인터밀란이 엠폴리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상황은 또 한 번 바뀌었다. 이번엔 AC밀란이 인터밀란 손에 있던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빼앗아왔다.

그러나 AC밀란의 달콤한 꿈은 끝내 깨지고 말았다. 정규시간을 9분 남겨둔 후반 36분, 인터밀란이 극적인 추가골을 터뜨린 것이다. AC밀란은 희망이 절망으로, 인터밀란은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결국 세 경기는 이대로 끝났다. 아탈란타, 인터밀란, AC밀란 모두 승리를 챙겼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아탈란타와 인터밀란이었다. 모처럼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렸던 AC밀란은 끝내 승점 1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3경기가 90분 동안 연출한 드라마는 축구의 진수를 오롯이 보여줬다.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고, 각 팀과 선수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 역시 스포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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