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가영 기자
지난 5일 ‘VR MAGIG PARK’ 건국대점에서 VR콘텐츠를 즐기는 이용객들의 모습. /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한국 1인칭 슈팅게임(FPS) 게임의 시초 ‘스페셜포스’로 잘 알려진 1세대 게임개발사 드래곤플라이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옥까지 매각하며 고군분투중인 드래곤플라이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 드래곤플라이, VR사업 확장 잰걸음 

기자는 지난 5일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의 ‘VR MAGIG PARK’ 건국대점을 찾았다. ‘VR MAGIG PARK’는 드래곤플라이가 운영중인 VR테마파크다. 드래곤플라이는 올 1월 서울 신도림에 300평 규모의 ‘레노버 VR MAGIC PARK’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달 1일 두번째로 건국대점을 개점하는 등 AR·VR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국대점은 대략 100평 정도의 공간을 8개의 공간으로 나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돼있다. 드래곤플라이의 대표작인 ‘스페셜포스 VR: 에이스’부터 VR 리듬 게임으로 유명한 비트세이버, 롤러 코스터 등 놀이기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페이스 델타, 비행 슈팅 어트랙션 플라잉젯 등이 대표적이다.

콘텐츠에 따라 단품기준 아케이드류는 8,000원, 액션류는 1만2,000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콘텐츠를 한가지 즐길 수 있다. 패키지를 이용하면 가격 할인 혜택이 있는 만큼 대다수 사람들이 패키지를 이용한다. 일례로 액션1+아케이드1의 패키지는 1만5,000원이다.  

젊은층이 많은 핵심상권인데다, AR과 VR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고 있어 매장을 찾는 방문객 수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경민 건국대점 점장은 “평일의 경우 적을때는 4~6팀, 많을때는 10~15팀 정도가 방문한다. 주말에는 30~40팀 정도 방문한다고 보면된다. 젊은 층이 많긴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님 등 가족단위 방문객도 많다. 20~40대 편차 없이 고루 방문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스페셜포스 VR: 에이스’다. 드래곤플라이의 대표 IP인 ‘스페셜 포스’를 VR버전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다. 최대 12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고 VR e스포츠 중계 방송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인기가 남다르다. 특히 매월 상시 대전이 개최되고, 자신의 점수를 누적할 수 있는 만큼 단골고객도 늘고 있다. 기존의 VR 테마파크가 단순한 가상현실 콘텐츠 체험에 머무르고 있어 재방문률이 높지 않은 것과 차별화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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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MAGIG PARK’ 건국대점에서 기자가 직접 ‘플라잉젯’을 체험하는 모습. / 이가영 기자

기자는 대표적인 콘텐츠라는 ‘스페이스 델타(VR 라이더)’와 다른 VR 테마파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플라잉젯’을 이용해봤다. 여러 방문객이 이용하는 만큼 위생에도 철저했다. 기기에 화장이나 땀 등 이물질이 닿지 않도록 부직포로 된 덮개를 얼굴에 착용해야 했다. 안전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안내를 해주는 직원은 “안전점검은 오픈 후 매일 실시하고 점검 날짜를 적는 등 철저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답변을 해줬다. 

‘얼마나 진짜 같겠어’ 하는 생각과 달리 실제를 방불케 하는 느낌에 신기하고 놀라웠다. ‘스페이스 델타’의 롤러코스터 콘텐츠는 기기에서 바람과 물도 분사된다. 특유의 발이 붕 뜨는 느낌도 고스란히 살렸다. 실제와 비슷해 기기를 체험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이용객도 많다는 게 점장의 설명이다. 소리가 너무 커 거리를 지나가던 분들이 깜짝 놀라며 위를 쳐다보기도 한다고 한다. 

‘플라잉젯’의 경우 체험을 앞두고 직원이 안전 수칙 등 주의해야 할 사항을 공지해줬다. 특히 플라잉젯의 경우 온몸을 감싸는 기구에 탑승하는 만큼 앞서 체험보다 몇가지 수칙이 더 추가됐다. 무릎이 부딪히면 아플 수 있으니 살짝 구부려 앞의 쿠션에 밀착하라든가 고개를 너무 당기면 충돌이 있을 수 있으니 적당히 당기시라든가 하는 내용이었다. 

기기가 구동되자마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착용한 VR기기의 화면에 공중에서 수직낙하 하는듯한 화면이 펼쳐졌고, 탑승한 기구도 그에 맞는 움직임을 제공해줘서다. 외부 세력의 침략을 피해 시민들을 긴급 구조선에 태워 텔레포트 기지인 T-PORT로 이동시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마치 아이언맨의 수트를 입고 직접 비행을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기있다는 ‘스페셜포스 VR: 에이스’도 체험하고 싶었지만 시간과 일정에 쫒겨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점장님께는 다음번에는 취재와 별개로 손님으로 방문하겠다 약속을 하고 헤어짐을 고했다. 

◇ 드래곤플라이, AR·VR로 ‘스페셜포스’ 잇는다

드래곤플라이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전략을 세우고 AR·VR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스페셜포스’를 이을 캐시카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스페셜포스’는 한때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공인종목으로 선택돼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드래곤플라이의 대표 게임이다. “전방 수류탄!”이라는 대사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스페셜포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게임 업체들이 온라인 FPS를 우후죽순 쏟아냈으니 한국 FPS의 시조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후발주자로 눈에 띄는 신작을 내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됐다. 이로 인해 2017년 서울 논현동에 있는 건물에 이어 지난해 상암동 드래곤플라이 DMC타워까지 잇달아 매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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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 VR: 인피니티 워’ 대표 이미지. / 드래곤플라이

뼈아픈 과거를 딛고 재기 중인 드래곤플라이가 새 먹거리로 찾아낸 것은 AR과 VR 등 신기술이다. 과거 모바일 게임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일찌감치 신시장에 먼저 뛰어든 것. 이 같은 노력이 통했는지 시장에서도 슬슬 반응이 오고 있다. 

KT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MWC 2018’서 5G기술을 접목한 완전무선 VR게임 ‘스페셜포스 VR’을 선보인 데 이어 3월 ‘2018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 2018)’ 엑스포에서도 5G에 기반한 세계 최초 완전무선 VR 워킹 어트랙션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를 공동개발해 출품한 바 있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스페셜포스 VR: 인베이젼’으로 Pico Interactive를 통해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스페셜포스 VR: 인피니티 워’로 글로벌 VR 온라인 시장의 본격적인 공략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며, 북미와 유럽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출시 시점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VR사업은 자사의 VMP 사업모델을 토대로 해외 수출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외에 PC와 모바일 신작 게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5G의 상용화가 눈 앞에 도래한 가운데 드래곤플라이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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