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문제가 심각한 롯데 자이언츠가 극심한 부진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뉴시스
롯데 자이언츠가 심각한 포수 문제를 드러내며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포수’의 중요성을 간과한 롯데 자이언츠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꼴찌 탈출이 요원한 가운데, 반등의 계기를 잡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일 기준 73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27승 1무 45패 승률 0.375로 꼴찌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월 22일 꼴찌로 추락한 뒤 한 달째 그 자리다. 선두권과의 차이는 어느덧 20경기나 벌어졌고, 유일한 ‘승률 3할대’ 팀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순위표보다 잔혹한 것은 내용이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타선은 팀타율 0.261로 리그 8위, 투수진은 평균자책점 5.34로 리그 꼴찌다. 공수양면에 걸쳐 내세울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안방’ 포수다.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지만, 포수는 가장 안정적이어야 하는 포지션으로 꼽힌다. 소위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하는데, 투수 전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포수다. 더 나아가 포수는 내야수비의 수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이 같은 포수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는 KBO리그 역사상 초유의 장면을 연출하며 망신을 당했다. 3대3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연장 10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스윙삼진을 뺏어내고도 ‘낫아웃 폭투’로 끝내기 점수를 내준 것이다. 블로킹과 송구 모두 프로의 수준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지난 20일 경기 역시 포수 문제가 컸다. 롯데 자이언츠는 7대3으로 여유 있는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9회말 수비를 맞이했다. 하지만 앞서 8회 등판했던 손승락이 연속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마운드를 넘겨받은 구승민은 볼넷을 내준 뒤 희생플라이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투수 앞 땅볼 상황에서 실책을 저지르며 1점을 더 내줬지만 이어 삼진아웃을 잡아냈다. 만루의 위기는 계속됐지만, 여전히 2점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였다.

하지만 이후 또 다시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구승민이 던진 두 번째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하며 허무하게 1점을 헌납한 것이다. 그렇게 경기는 1점 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볼카운트 2-2의 상황에서 구승민이 던진 공에 타자는 헛스윙을 했다. 그러나 이 공을 또 다시 포수가 빠뜨렸고, 타자는 낫아웃 상황에서 1루에 안착했다. 경기가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 끝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후 구승민은 충격의 만루홈런을 허용했고, 롯데 자이언츠는 그렇게 9회초까지 4점을 앞서던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단순히 이러한 장면들만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현재까지 66개의 폭투를 기록 중이다. 2위 한화 이글스가 39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행보다. 가뜩이나 투수진이 강한 것도 아닌데, 포수들이 빠트리는 일이 많다보니 마운드가 더 위축된다. 허무하게 한 베이스와 점수를 내주는 일도 잦다. 더 나아가 포수들의 공격력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핵심 주전선수가 부상 등으로 갑자기 이탈해서 발생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오랜 세월 안방을 지켜온 강민호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도 포수 문제를 적잖이 겪어야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도 영입 등 이렇다 할 보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육성’을 외쳤다.

무게감이 상당한 포수 포지션은 육성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설 경우, 오히려 실수를 남발하며 위축될 수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주전포수와 함께 백업포수를 운용하며 다음을 준비하고, 아울러 젊은 유망주에게도 조금씩 기회를 주며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진엔 사실상 젊은 유망주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검증됐거나, 경험을 쌓아온 포수가 전무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움직였어야 했다. FA시장에 나온 양의지를 영입하거나, 최소한 트레이드를 통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포수를 데려왔어야 했다. 모험이긴 하지만, 급한 대로 외국인 용병을 데려오는 것도 방법이었다.

더군다나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화려한 라이업을 구축해왔다. 리그 연봉 1위 팀이기도 하다. 이는 당장 우승을 다퉈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투자가 빛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즉시 전력감’ 포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포수의 중요성을 간과한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최악의 성정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동안 쏟아 부은 막대한 자금도 공연한 일이 됐다. 남은 시즌,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트레이드라도 해야 하는데, 포수 문제가 급하다는 것을 아는 상대 구단들에게 우위를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한 구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확실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방향을 잃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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