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4팀 중 8강에 오른 팀은 한 팀도 없다./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K리그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3년 만에 우승컵 탈환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2019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 나섰지만 모두 굴욕만 맛봤다.

올해 ACL 무대를 밟은 K리그 소속팀은 4팀이다.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현대가(家)’ 전북현대와 울산현대를 비롯해 첫 ACL 도전에 나선 시·도민구단 대구FC·경남FC가 K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나섰다.

ACL 출전권은 K리그1 우승팀부터 3위팀에게까지 부여되며, FA컵 우승팀에게도 출전권이 주어진다. FA컵 우승팀이 K리그1 3위 안에 들 경우 K리그1 4위팀이 ACL에 출전한다.

4팀 모두 각자의 포부를 안고 출전했지만, 올해 ACL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시·도민구단인 대구와 경남은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전북과 울산은 모두 16강전에서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전북과 울산은 나란히 원정 1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뒷심 부족으로 무너져 아쉬움을 더했다.

언제부터 K리그가 ‘종이 호랑이’가 됐을까. K리그는 2000년대 들어 ACL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0년과 2001년 수원삼성이 ACL 2연패를 거둔데 이어 2006년 전북, 2009년 포항스틸러스, 2010년 성남일화(현 성남FC), 2012년 울산 등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리그로 등극했다.

하지만 2013년 FC서울의 준우승과 2016년 전북의 우승을 끝으로 K리그 팀들은 ACL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2010년 이후에는 거대자본을 투입한 중국 슈퍼리그와 라이벌 일본 J리그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4년에는 서울이 4강에서 도전을 멈췄고, 2015년에는 전북이 8강에서 짐을 쌌다. 서울은 호주 A리그 웨스턴시드니 원더러스에게, 전북은 J리그 감바 오사카에게 각각 무릎을 꿇었다. 특히 2015년 대회의 경우 K리그 대표로 출전한 4팀이 모두 16강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우승컵을 가져오지 못했다.

전북이 우승한 이듬해인 2017년에는 서울, 수원, 울산, 제주유나이티드 등 4팀이 출전했지만, 제주만이 유일하게 16강에 오르며 자존심을 구겼다. 16강에 오른 제주마저 J리그의 우라와 레즈에게 발목을 잡히며 탈락했다.

지난해에는 전북, 울산, 수원, 제주 등 4팀이 출전했고,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3팀이 16강에 안착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듯 했으나, 대진운이 따르지 않았다. ACL의 특성상 8강전까지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나뉘어 경기를 펼친다. 때문에 지난해 16강에서 울산과 수원이 일찍이 만났고, 수원이 울산을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이후 8강에서도 대진운이 따르지 않았다. 태국의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누르고 8강에 오른 전북과 수원이 또 만난 것. 양팀은 1·2차전 합계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결국 수원이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수원은 4강에서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의 벽을 넘지 못했고, K리그의 ACL 정복은 또 다시 미뤄졌다.

K리그가 한때 아시아를 호령하던 ACL의 절대강자였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최근 ACL에서의 성적은 ‘아시아의 맹주’가 아닌 ‘종이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받기 충분하다.

경기장 내에서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던 K리그 각 팀의 팬들도 ACL에서는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ACL에 출전하지 못하는 K리그 팀들의 팬들이 ACL에 진출한 타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도 K리그 팬들은 남의 축제를 지켜보게 됐다. K리그 팀이 ACL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날이 점점 멀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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