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이 대출채권 매각 과정에서 적격성 논란에 휘말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근 SBI저축은행이 대출채권 매각 논란으로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무자격 대부업체에 대출채권을 매각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SBI저축은행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피드백을 전달받았다”고 강조했다. 사실일까.  

◇ 무자격 대부업체에 채권 매각?… SBI저축은행 “금감원, 문제없다고 피드백”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대출원금 기준 2,936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20여개 대부업체에 나눠 매각했다. SBI저축은행은 관련 채권을 1,696억원에 팔아 588억원의 매각 이익을 남겼다. 해당 조치는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액의 상당액을 충당금으로 쌓아놓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각 이익은 많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매각처 중 한 곳이 적격성 논란에 휘말렸다. 대부업 미인가 업체에 대출 채권을 팔았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세븐케이대부에 20억원 가량의 대출채권을 28억원에 매각했다. 문제는 매각시점 두 달 전 이 업체가 폐업 처리됐다는 점이다. 금감원 대부업총괄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세븐케이대부는 2018년 4월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대출채권의 양도는 금융당국에 대부업체 등록을 한 허가업체에게만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근거로, 모 언론사는 불법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또 현재 매각처 중 4곳(세븐케이대부·대부시영·나래에이엠씨대부·서진종합건설)이 폐업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며, 채권 매각 과정에서 적절한 경영상 검토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SBI저축은행 측은 “대출채권 매각 과정에서는 어떤 불법성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세븐케이대부에 실제 대출채권 매각이 완료된 시점은 2017년 12월”이라며 “당시에는 대부업 등록업체였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븐케이대부는 현재 대부업은 폐업했지만 다른 사업은 정상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상태”라며 “경영상의 문제는 없다. 나머지 업체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BI저축은행은 금감원의 피드백을 주요 해명 근거로 제시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해당 대출 채권에 매각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피드백을 줬다”며 “과거 금감원 검사에서도 해당 대출채권의 경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금감원이 해당 피드백을 줬는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측에선 “해당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이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으로 한 장짜리 문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일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하지만 본 부서가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보도나 첩보로 의혹이 제기될 경우, 금감원은 추후 검사 과정에서 이를 살펴보는 편”이라며 “매각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확인해보지 않는 상태에서 단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피드백을 주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 금감원 “피드백 사실, 확인 안 돼” 

논란거리는 또 남아있다. 회계 반영과 공시 시점을 둘러싼 의문이다. SBI저축은행은 세븐케이대부에 2017년 12월 대출 채권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한다면, 왜 SBI저축은행이 이를 다음 회계연도에 반영하고, 매각 시점을 2018년 6월로 공시했는지에 의문이 남는다. SBI저축은행 측에선 “내부회계 이슈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일각에선 이 같은 회계 절차가 적법했는지에 의문을 보냈다. 

그렇다면 실제 문제가 있을까. 금감원 회계심사국 관계자는 “회계기준상 중요성 금액 이하로 판단될 경우, 다음 분기에 반영되는 일도 있다”며 “예를 들어 매각 대출채권 금액이 자산규모의 1% 미만이라고 하면, 중요성 이하 금액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저축은행검사국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저축은행법이 따로 있는 만큼 별도의 의무규정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 측은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업 부서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결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 정도만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선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부실채권을 매각 할 때, 저축은행들이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관점의 고려가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출채권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부업체는 폐업 이전 소유권을 가진 채권의 경우, 추심 활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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