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선정 ‘여성친화 우수기업’, 팩트체크 해보니…

남양유업의 내부자료를 살펴보면 여직원의 평균 급여가 남직원 대비 현저히 낮은 사실이 확인된다. 같은 업무를 하는데, 여성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더 적다는 의미다. 남양유업은 여성친화적 기업일까. / 시사위크
남양유업의 내부자료를 살펴보면 여직원의 평균 급여가 남직원 대비 현저히 낮은 사실이 확인된다. 같은 업무를 하는데, 여성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더 적다는 의미다. 남양유업은 여성친화적 기업일까. / 시사위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근 남양유업이 한 자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여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남양유업 측은 “여성일자리 창출,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등에 앞장서 온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남양유업의 내부자료를 살펴보면 여직원의 평균 급여가 남직원 대비 현저히 낮은 사실이 확인된다. 같은 업무를 하는데, 여성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더 적다는 의미다. 노동시장에서 ‘남녀 임금격차’는 성평등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로 꼽힌다. 남양유업은 여성친화적 기업일까.

◇ 다양한 육아·가정지원제도, 그러나…

현재 ‘여성친화 기업’을 인증하는 정부 차원의 평가 제도는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 올바른 기업문화 확산을 장려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공모 사업이 전부다. 최종 목적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점에서 여가부가 운영 중인 ‘가족친화 인증 제도’와 맥락이 비슷하긴 하지만, ‘여성친화’는 ‘남녀고용평등’에 좀더 무게감이 실린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여성친화 기업’ 선정 기준을 종합하면, 평가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여성친화적 근무환경’과 ‘일·가정양립지원’이 그것이다. ‘여성친화적 근무환경’은 고용평등을 위한 지원 노력과 제도가 갖춰져 있는지를 따진다. △여성근로자 비율 △여성 고위관리자 비율 △남녀 임금격차 △여성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실적 △여성 편의시설 설치 여부 등이 평가기준에 포함된다. ‘일·가정양립지원’은 임신근로자 배려나 모성보호제 등 보육·가정지원 여부가 평가에 반영된다.

해당 기준을 적용시켜보면 남양유업은 ‘일·가정양립’ 부문에서 나름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워킹맘 복지 및 지원 활성화를 위해 ‘모성보호 지원제도’를 운영중이다. △임신시 근로시간 단축제도 △배우자 출산 휴가 △임신기간 중 최대 6개월까지 무급 휴직이 가능한 임신기 휴직 제도 △난임치료 휴가 △영유아 교육비 지원 제도 △학자금 지원 제도 등 다양한 출산·육아 복지제도가 포함된다. 회사 측은 “최근 4년간 육아휴직을 포함한 여성 휴직자는 47명으로 74%이상이 휴직 후 복귀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남양유업은 △가족사랑 휴가 △동계방학휴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 중 △임신시 근로시간 단축제도 △배우자 출산 휴가 제도는 정부가 현재 시행중인 제도다. △임신시 근로시간 단축제도(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2014년 9월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됐다가 2016년 3월 25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배우자 출산 휴가 역시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제도다. △영유아 교육비 지원이나 △학자금 제도 등 복지제도 역시 타사에서 일·가정양립을 위한 지원책으로 주로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지난 2009년 식품기업 최초로 ‘가족친화경영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2020년까지 재인증을 획득했다. ‘가족친화인증’은 가족친화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해 여가부가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남양유업은 ‘가족친화경영’ 인증을 받은 바 없다.

남양유업의 생산직 여성근로자(3,857만원)는 남성근로자(5,211만원) 대비 1,350여만원 적게 받는다. 영업직은 △남성 4,985만원 △여성 2,762만원으로 2,220여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리직은 △남성 4,286만원 △여성 2,766만원으로 1,520여만원의 페이갭을 나타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남양유업의 생산직 여성근로자(3,857만원)는 남성근로자(5,211만원) 대비 1,350여만원 적게 받는다. 영업직은 △남성 4,985만원 △여성 2,762만원으로 2,220여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리직은 △남성 4,286만원 △여성 2,766만원으로 1,520여만원의 페이갭을 나타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 남녀임금격차 두 배… ‘여성친화’ 글쎄

특히 ‘여성친화’ 부문에 있어선 문제점도 포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전체 직원 2,519명(2018년 12월 31일 기준) 중 30.9%인 778명이 여성이다. 이 중 정규직 여성근로자는 759명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매일유업(23.5%) 대비 여성 직원 비율이 높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인지는 의문이다.

남양유업의 관리직 여성근로자의 평균연봉은 2,766만원이다. 매일유업(5,771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생산직 여성근로자의 경우도, 남양유업은 평균연봉 약 3,857만원으로, 매일유업의 생산직 여성근로자 평균연봉(3,953만원)에 비해 100여만원 적다.

남녀임금격차(페이갭)는 더 크다. 남양유업의 생산직 여성근로자(3,857만원)는 남성근로자(5,211만원) 대비 1,350여만원 적게 받는다. 특히 영업직은 △남성 4,985만원 △여성 2,762만원으로 남녀임금격차가 약 2배 가까운 수준이다. 관리직은 △남성 4,286만원 △여성 2,766만원으로 1,520여만원의 페이갭을 나타냈다.

같은 업무를 하는데 여성근로자의 연봉이 낮은 이유는 뭘까. 남양유업 측은 “판촉직(영업직) 여사원분들도 정규직으로 적극 채용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동종업계의 경우는 도급으로 운영하여 전체 임금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판촉직 여사원의 연봉 때문에 전체 여성근로자의 평균연봉이 낮아졌다는 설명인데, 다시 말하면 판촉직 여사원의 연봉이 정직원 대비 현저히 낮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무엇보다 영업직 아닌, 관리직 여성근로자 또한 남성근로자 연봉의 64% 수준만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남양유업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엄연한 ‘차별’이자 ‘불법’이다. 헌법을 비롯해 각종 국제규약으로도 여성근로자에 대하여 동등한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1988년 시행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임금)에 따르면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여성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전무하다. 남양유업은 “여성관리자 집중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제도 운영에 대해선 답변하지 못했다. 다만 “인사평가에 있어 ‘섬세함’과 ‘감수성’, ‘소통능력’ 등에 대한 평가 비중이 증가됨에 따라 여성관리자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서 여성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만 덧붙였다.

두꺼운 유리천장도 확인된다. 이 회사의 여성 등기임원은 1명인데, 그마저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모친(지송숙 씨)이다. 한국나이 91세로, 남양유업을 이끌어나갈 여성인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여성 임원은 사실상 ‘제로(0)’인 셈이다. 그에 반해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대표이사(김선희·여)가 등기임원으로 올라 회사를 이끌고 있다.

물론 일·가정양립을 위한 남양유업의 다양한 노력은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여성친화 기업’ 인증의 목적이 차별적 근로환경을 바로잡고 이를 통해 남녀성평등을 이루는데 가치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남양유업을 향한 ‘여성친화 기업’ 타이틀은 적합치 않아 보인다.

한편 남양유업은 2013년 당시 기혼여성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임신한 여직원들에게 퇴사를 종용했다는 논란으로 여성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무혐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남양유업은 해당 사건으로 ‘여성 차별 기업’라는 오명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 발령했다가 소송에 휘말렸다. 1심에서는 여직원이 승소, 2심은 남양유업이 승소했다. 현재 여직원의 항고로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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