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오는 10일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시작으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여정에 돌입했다. 월드컵을 3년여 앞둔 시점이지만, 일부 팬들은 카타르월드컵까지 감독직 계약이 체결돼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향후 행보에 주목한다. 그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의 ‘잔혹사’가 이어졌고, ‘소방수’ 체제로 월드컵을 치른 사례가 있어서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 조지아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본격 여정에 돌입했다. 조지아전은 오는 10일 열리는 월드컵 2차예선 첫 경기인 투르크메니스탄전을 대비한 평가전이었다. 이날 대표팀은 피파랭킹 94위(한국 37위) 조지아를 상대로 졸전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평가전은 본래 승부의 의미가 다소 떨어지지만, 이날 대표팀이 보인 경기력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수비라인은 조지아의 힘 있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중원에서의 빌드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빛의조’ 황의조의 멀티골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주장 손흥민이 경기 후 “이런 경기력으로는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월드컵 2차예선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팀들과 맞붙는 만큼 무난한 예선통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월드컵을 향한 긴 여정에서 벤투 감독의 거취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간 당찬 포부를 안고 감독에 부임했지만,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안방에서 치러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후 국내에서는 외국인 감독을 향한 무한산뢰가 이어졌고,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트 코엘류 감독이 선임됐다. 하지만 코엘류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중도하자 했다. 이후 조 본프레레 감독이 선임됐지만, 2006 독일월드컵을 1년여 앞둔 2005년 8월 경질됐다. 축구협회는 급급히 네덜란드 출신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했고, 월드컵에서 토고를 상대로 원정 첫 승을 거두긴 했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2006년 월드컵 후 부임한 핌 베어벡 감독이 2007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사임하자 국내 감독인 허정무 감독이 선임됐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 등 강팀과 한 조에 편성됐지만,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했다. 허정무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가다듬은 전력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이후 축구협회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여정에 돌입했다. 축구협회는 허정무 감독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감독인 조광래 감독을 선임했다. 조광래 감독은 2011 아시안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색깔 있는 축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차예선에서의 부진으로 감독직을 내려놨고, 이후 선임된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를 조건으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월드컵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최강희 감독은 계약대로 사임했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업적을 세운 홍명보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처참했다.

브라질월드컵 직후 2018 러시아월드컵 준비를 위해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 아시안컵에서의 준우승과 2차예선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이며 순항했지만, 최종예선에서 한 수 위 팀들을 만나자 삐걱대기 시작했다.

결국 최종예선 잔여 2경기를 앞둔 시점에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됐고, 2017년 U-20월드컵의 수장이었던 신태용 감독이 또다시 월드컵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소방수로 투입됐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컵을 3년여 앞둔 현 시점에서 벤투 감독의 거취는 장담할 수 없다. 아울러 월드컵 진출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팬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소방수론’은 그간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이어진 잔혹사를 배경으로 한다. 축구대표팀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 진출로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을지, 벤투 감독이 그 업적에 함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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