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회원들이 1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회원들이 1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대학 전·현직 교수들이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정교모)을 꾸리고 지난 19일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 참여서명을 한 교수들은 지난 18일 오후 2시 기준 3,396명을 넘겼다. 하지만 시국선언에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 간단하고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진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조 장관 사퇴 서명을 주도한 정교모는 뜻이 맞는 전·현직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다. 정교모 소속 이은주 전남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조직이 없어 기자회견 진행이 매우 서툰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정교모는 대표나 홍보 담당이 따로 없다. 그만큼 ‘조국 사퇴’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뭉쳤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50~60명 정도의 전·현직 교수들이 모였다.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정교모의 시국선언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권에서 주요 뉴스로 회자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촉구하는 대학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한 1,510명,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던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에 참여한 2,234명보다 많은 숫자라는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조국 임명 강행에 대한 민심의 폭발은 ‘티핑 포인트’를 넘었다. 1987년에 직선제 개헌 요구 시국선언 참가 교수가 1,510명, 그러나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 참가교수가 3,396명을 넘어섰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도 법치주의의 능멸,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에 맞서기로 했다. 이제 대통령이 결단할 시간”이라며 조 장관 임명 철회 및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정교모가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시국선언 서명 참여 대학교 명단.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대학에서 참여한 교수의 숫자를 뜻함. /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 홈페이지 갈무리
정교모가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시국선언 서명 참여 대학교 명단.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대학에서 참여한 교수의 숫자를 뜻함. /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이들이 발표한 서명자 명단이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정교모가 발표한 ‘조국 사퇴’ 시국선언 서명자 명단에는 서명에 참여한 교수들의 전체 이름이 나와 있지 않다. 명단에 기재된 총 287개 대학 중 46개 대학의 대표 서명자만 공개돼있고 나머지 대학의 참여 교수들은 익명으로 명수만 나와 있다. 사실상 서명자 46명의 이름만 밝힌 것이다.

폐교했거나 애초에 설립된 적 없는 대학도 명단에 포함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교모가 처음에 발표한 명단에 표기된 ‘명인대학교’라는 대학명은 과거 방영됐던 TV드라마 속 허구의 대학이었다. 논란이 일자 정교모 측은 명인대를 명단에서 삭제했다.

경북외국어대, 대구미래대는 각각 2013년과 2018년 폐교됐고, 경원대는 2012년부터 가천의과대와 통폐합됐다. (전)충주대로 적힌 곳 역시 2012년 한국철도대와 통합돼 현재는 한국교통대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백석신학대와 부안외국어대는 없는 학교이며, 한국원격평생교육원의 경우 한국교육진흥원 산하 평생교육시설로 대학교가 아니다.

정교모는 당초 시국선언 서명 교수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던 일정을 미뤘다. 일부 허위 대학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정교모 시국선언 서명은 네이버 서명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름, 소속대학, 학과, 전화번호를 간단하게 적으면 참여가 완료된다. 사실 확인 단계도 없고 신분을 증명할 자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허위 기재가 자유롭게 가능하다. 일부 조 장관 지지자들은 이름과 소속대학을 가짜로 지어내 서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교모 서명운동을 비꼬기도 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조 장관 사퇴 시국선언 서명 참여교수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1월 2일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파괴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사죄와 하야를 촉구하는 전국교수연구자’ 서명에는 2,234명이 참여했다. 다만 대부분 익명으로 처리된 조 장관 사퇴 시국선언과 비교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하야 서명은 2,234명 모두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대학별로 공개됐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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