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일찌감치 가을야구 진출 경쟁이 마무리됐다. /뉴시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일찌감치 가을야구 진출 경쟁이 마무리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9 KBO리그가 정규리그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즌 초 제기됐던 우려가 결국 현실로 이어지게 됐다. 프로리그의 흥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치열한 경쟁’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와 함께 관중 수도 크게 감소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느 때처럼 뜨거운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소 2팀 이상이 가을야구 진출 티켓을 놓고 사투를 벌여야 할 때이나, 올해는 티켓 창구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독주체제를 이어오던 SK 와이번스가 막판에 미끄러지며 선두경쟁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 그나마 위안일 뿐이다.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은 5개 구단(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NC 다이노스)이 나란히 5위 내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4월 9일이다. 팀당 144경기 중 15경기를 치른 시점이었다. 이후 이 5개 구단은 8월 초까지 무려 넉 달 가까이 5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8월 4일부터 6일까지 단 3일 동안 NC 다이노스가 KT 위즈에게 5위 자리를 내준 것이 전부다. 이후에도 딱 2일 더 공동 5위가 형성된 적이 있으나, 순위 역전은 끝내 없었다.

5개 구단에게 가을야구 티켓이 주어지는 리그에서 5강-5약의 구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양상이다. 대게는 4~6개 구단이 중위권을 형성한 채 팽팽한 순위싸움을 이어가곤 하는데, 올해는 유독 5위를 기점으로 구분이 뚜렷하게 이뤄졌다.

더욱 치명적이었던 것은 순위표 ‘아랫동네’에 위치한 구단의 면면이다. 꼴찌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기아 타이거즈 등 오랜 역사와 두터운 팬층을 지닌 구단들이 나란히 아래쪽으로 모여들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 사라지고 명문구단들이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면서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행은 ‘참패’로 전락하게 됐다. 최근 수년간 그려왔던 거침없는 관중 수 상승곡선이 뚝 꺾였고, 야구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뚝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꽤나 심각하다. 우선,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실패의 배경은 실종된 순위경쟁 뿐 아니라 낮아진 경기수준과 팬서비스, 각종 사건·사고 등도 꼽힌다. 한 번 등을 돌린 팬들을 다시 되돌리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특정 구단들의 아쉬운 성적에 의해 리그 전체의 흥행이 좌우된다는 점, 젊은 구단들의 입지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점 또한 올 시즌 프로야구가 남긴 숙제다. 만약 올 시즌 나타난 5강 구도의 주인공이 다른 구단들이었다면, 이 정도로 흥행 참패는 이뤄지지 않았으리란 분석이다.

가을은커녕 겨울이 오기 전에 차갑게 식어버린 야구열기는 무거운 숙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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