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추구하며 사회적 가치를 거스르기 쉽다. 반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각종 공익단체나 활동가들은 늘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자본주의와 공익의 맹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에선 그 역할과 가치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시사위크>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숲에인 황경선 대표는 건축설계 회사를 이끌던 중 숲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 임직원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숲에인
숲에인 황경선 대표는 건축설계 회사를 이끌던 중 숲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 임직원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숲에인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 산지, 즉 임야다. 그만큼 많은 공간이 숲으로 이뤄져있다. 때문에 숲을 단순히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숲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또한 숲이 지닌 잠재적 가치와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사회적기업 ‘숲에인’은 숲이 품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 설립된 곳이다. 출발점은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한 건축설계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 함께 일해 온 대표와 임직원들이 숲을 기반으로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데 뜻을 모아 별도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숲에인의 가장 기본적인 사업은 산림사업이다. 등산로나 둘레길, 임도 등을 조성하거나 사방사업을 통해 산사태를 예방하고, 나무를 심기도 한다. 주된 고객은 지자체다. 숲에인은 이러한 산림사업에 있어 단순히 길을 내고 인공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숲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또한 현장 작업인력의 80% 이상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하며 일자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숲에인이 중점을 두고 있는 다른 한 축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숲체험교육이다.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장애아동, 치매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숲체험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숲체험교육은 말 그대로 숲에서 진행되는 생생한 체험의 시간이다. 흙을 밟고, 나무 사이를 걷고, 풀냄새를 맡으며 다양한 숲 관련 지식은 물론 정서적 안정과 건강을 얻을 수 있다. 올해는 연인원 2,000여명이 숲에인과 함께 숲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김정수 숲에인 실장은 “시각장애인 아이들의 경우, 낯선 숲에 가면 처음엔 두려워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걸을 뿐 아니라 무척 좋아한다. 심지어 나중엔 뛰어다니기도 한다”며 웃었다. 숲에인의 숲체험교육은 첫해인 2017년 우수평가에 이어 지난해 최우수평가를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숲에인이 진행하고 있는 숲체험교육. 올해만 연인원 2,000여명이 숲에인을 통해 숲체험교육을 제공받게 될 예정이다. /숲에인

◇ 숲과 사람의 조화… 가꾸고, 느끼고, 함께 살다

숲에인은 최근 귀농귀촌 공동체마을 조성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때 귀농귀촌 붐이 일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로 인해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이들 또한 적지 않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주로 일자리나 경제적 문제, 지역주민과의 갈등 및 외로움 등이었다.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귀농귀촌은 도시의 인구를 분산시키고, 지방의 부족한 인구를 메울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러한 귀농귀촌이 실패와 부작용으로 점철될 경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 역시 해결되기 보단 심화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귀농귀촌을 위해 새로 지은 집이 빈집이 돼 방치되면,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또한 실패한 귀농귀촌은 결과적으로 개발의 긍정적인 효과 없이 부정적인 효과만 남기게 된다.

이러한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귀농귀촌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정부는 신규마을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을 모아 일정 규모의 마을을 아예 새로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개별적으로 귀농귀촌하며 겪는 여러 어려움을 줄이고, 집단 정착을 통해 해당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숲에인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조성을 추진 중인 귀농귀촌 공동체마을 메이플포레 평창의 조감도. /숲에인
숲에인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조성을 추진 중인 귀농귀촌 공동체마을 메이플포레 평창의 조감도. /숲에인

숲에인은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메이플 포레’라는 귀농귀촌 마을 브랜드를 마련했다. 이미 충남 홍성과 충북 영동에서 2개의 마을 조성을 진행 했으며, 현재는 평창에 자리 잡을 마을의 분양이 한창 진행 중이다.

숲에인의 귀농귀촌 공동체마을 조성사업은 단순한 전원주택단지 개발·분양사업이 아니다. 마을 조성의 처음부터 끝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원활한 정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관리하는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물론 마을을 꾸려나가는 것은 조합원들이다. 마을의 콘셉트를 어떻게 할지, 어떤 주택을 지을지 등은 조합 및 조합원 차원에서 결정해 진행하게 된다. 어떤 업종을 창업할지 역시 각자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은 가입 단계에서부터 이웃들과 많은 논의를 갖게 되고, 이는 숲에인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이뤄진다. 이 역시 정착의 시행착오를 제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단순히 주택단지를 지어 파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숲에인이 귀농귀촌 공동체마을을 조성하는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을과 사람, 숲의 조화다. 불가피하게 벌목이 필요한 경우에도 최대한 나무를 옮겨 심는 등 숲 훼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두 번째는 창업 및 일자리를 함께 가져간다는 것이다. 숲에인 관계자는 “귀농귀촌의 필수 요소는 일자리와 경제적 수익이다. 이것이 없으면 결코 버틸 수 없다”며 “그런데 보통 귀농귀촌하면 농사만 생각한다.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농사가 아닌 다른 일로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고, 활력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메이플포레 평창에 입주하는 조합원은 주택과 함께 별도의 사업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2층은 주택으로, 1층은 카페,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또한 마을 조합 차원에서 글램핑장을 운영하거나, 축제, 마켓 등을 여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관광자원도 많은 만큼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숲에인의 설명이다.

숲에인은 숲과 사람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상생하는 세상을 꿈꾼다. 국토의 70%에 달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여러 해법을 찾아가며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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