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감사 문턱이 높아지는 주기적 감사제가 도입되면서 생존을 위한 중견‧중소법인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있다.
상장기업 감사 문턱이 높아지는 주기적 감사제가 도입되면서 생존을 위한 중견‧중소법인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다음 달 회계개혁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회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위한 중견‧중소법인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있으며, ‘제 짝’을 찾지 못한 군소 법인들의 비명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또 회계개혁의 완성을 위해 공공, 비영리 부문의 감사인 지정제 도입이 과제로 남고 있다.

◇ 마지노선 ‘40명’… 머릿수 맞추기 ‘올인’

예상대로였다. 상장기업 감사를 맡기 위한 조건이 ‘규모’에 맞춰지면서 회계법인들이 덩치 키우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던 회계법인간 M&A가 최근 10달 사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업계에 따르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골자로 하는 신외감법인 시행된 지난해 11월부터 10달간 12곳의 합병 회계법인이 새롭게 탄생했다. 주로 20~30명의 회계사를 보유한 중소 회계법인들이 의기투합해 40명 이상의 회계법인으로 세를 불렸다. 신외감법 시행에 따라 최소 인원인 40명 이상의 회계사를 보유해야 상장사 감사 자격을 얻게 된다.

신외감법 도입 소식이 전해진 지난 연말 한길과 두레, 성신 3개 법인이 ‘한길’이라는 이름 아래 뭉쳤다. 올해 1월에는 상지원과 대안이 합병등기를 마쳤다. 3월에는 성도와 이현이 합병해 130명의 회계사를 보유한 중견 법인으로 거듭났다. 감사인 등록제 기준 ‘나’군(120명 이상)에 해당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감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회계사를 600명 이상 거느리면 가군, 120명 이상이면 나군, 60명 이상이면 다군 등으로 분류 된다.

4월엔 회계법인 인수합병이 성황을 이뤘다. 이달에만 5건의 합병과 해산이 발생했다. 상호 합병으로 소속 회계사가 70명 규모로 증가한 신승과 유진이 대표적이다. 부산에 위치한 승일과 합병해 38명의 회계사를 거느리게 된 선일은 최근 45명까지 규모를 늘렸다. 선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회계사를 고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5월과 7일에는 각각 인덕과 바른, 참과 명일간의 M&A가 이뤄졌다. 비교적 최근 합병을 마친 영앤진은 출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분할합병이라는 고비를 넘겼다.

상장 기업 감사 자격 취득을 위한 M&A 등의 영향으로 전체 회계법인 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6월 말 186개이던 국내 회계법인은 지난 8월 말 178곳으로 줄었다. 50인 미만의 중소 법인이158곳에서 145개로 축소된 반면, 50인 이상의 대형‧중견급 법인은 28곳에서 33곳으로 증가했다.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앞두고 회계 법인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6년 회계 법인 간 합병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2017년에는 관련 사례가 1건 있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통상 해오던 대로 상장 기업 스스로 외부감사인을 6년 선임한 뒤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이는 감사인 지정을 기업 자율에 맡기다 보니 감사인의 독립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6월 1차로 등록된 상장회사를 감사 할 수 있는 회계법인은 20곳이다. 금융위는 9월까지 등록을 신청한 23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오는 12월과 내년 1월 순차적으로 등록심사 결과를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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