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경인양행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중엔 총 7명의 미성년자가 등장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현재 가치는 총 46억원에 달한다. /시사위크
경인양행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중엔 총 7명의 미성년자가 등장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현재 가치는 총 46억원에 달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실적 확대에 발맞춰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던 경인양행은 최근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가가 재차 껑충 뛰었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품목을 대체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한일갈등이 연일 확산되던 지난 7월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직접 경인양행을 방문해 현황을 살피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인양행은 한일관계 악화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고,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당연히 주가도 큰 영향을 받았다. 6월 말까지만 해도 6,000원대였던 경인양행의 주가는 일본의 수출규제 움직임 속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방문한 7월 말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1만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한일관계 악화가 지속되면서 경인양행의 주가는 8,000~9000원대를 오가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수혜를 입은 것은 또 있다. 어린나이부터 적잖은 주식을 거머쥔 경인양행의 미성년자 오너일가, 이른바 ‘주식금수저’들이다.

현재 경인양행의 ‘주식금수저’는 총 7명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9명이었는데, 2명은 올해를 기해 성인이 됐다. 7명 중엔 올해 수능을 보는 2001년생도 있고,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2013년생도 있다. 이들이 보유 중인 주식 규모는 대부분 4만~5만여주 수준인데,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어린 2013년생이 무려 20만9,010주를 보유 중이라는 점이다.

2013년생 A군이 보유 중인 주식을 30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18억6,000여만원에 달한다. 2013년 5월에 태어난 A군은 6개월이 채 되기 전인 그해 11월 김동길 경인양행 명예회장으로부터 20만주의 주식을 증여받으며 처음으로 주식을 보유했다. 당시 경인양행의 주가는 4,300원 수준이었고, A군은 10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1살 아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A군이 만 6세가 된 지금, A군이 가진 주식의 가치는 2배가 됐다.

경인양행의 다른 주식금수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을 증여받았고,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증식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물론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오른 ‘수저계급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일반 서민 및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 아울러 증여 과정에서 절세 효과를 누릴 여지 또한 상당하다. 이는 관계당국에서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한일관계 악화 덕분에 자산 증식 효과를 보게 됐다는 점 역시 씁쓸함을 더한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는 책임경영의 측면에서 해석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어린 미성년자들의 주식보유는 점프 증여, 절세 효과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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