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사주 매입의 주가 부양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과연 도움이 될까.” 최근 들어 투자시장에 이 같은 의문이 부쩍 많아진 분위기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사들인 상장사들 중 주가 부양 효과를 보진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아 이런 회의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 자사주 매입 효과 미미하다? 

일반적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식시장에선 ‘호재’로 평가돼 왔다. 자사주 매입이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주주가치 제고, 가지급금 및 미처분 잉여금의 정리, 임직원 스톡옵션 발행, 경영권 강화 등 다양한 목적 아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진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주가치 제고’다. 상장사들이 주식 가격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라는 사례를 빈번히 찾아볼 수 있다. 

일정부분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게 되면 유통 주식 물량이 감소해 주주들의 보유 주식의 주당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 회사의 책임경영과 성장성, 주가부양 의지를 알리는 메시지로도 활용돼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사주 발표 매입 후 하루 이틀간만 반짝 강세를 보인 후, 다시 주가가 내려앉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이 같은 현황을 분석한 언론 보도도 잇따라 이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증권가에선 키움증권 자사주 매입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6월 17일 보통주 50만주를 취득하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키움증권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상장 이래 처음이었다. 하락하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 효과는 신통치 못한 모습이었다. 자사주 매입 공시 후 키움증권 주가(장 마감 기준)는 5일간 소폭 상승세를 보인 뒤, 하락세를 돌아섰다. 매입 공시 전 거래일인 6월 14일 8만1,100원(장 마감 기준)이었던 키움증권의 주가는 8월 28일 장중 한때 6만2,4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키움증권 주가는 조금씩 올라 최근엔 7만3,000원대 선까지 회복했으나, 자사주 매입 발표 전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자사주 매입의 주가 부양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주가가 다양한 시장 상황과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단순하게 바라볼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 “자사주 소각 등 추가적 주주제고책 마련돼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론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다만 주가는 워낙 변수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고 반드시 주가가 상승세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기업이 실적이나 펀더멘탈, 증시 시황이 안 좋다면 매입 효과가 발휘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독 자사주 매입이 반짝 효과에 그치는 배경에 대해선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투자시장의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를 매입한 뒤 해당 주식을 소각해 주주가치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대로 우리나라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그냥 보유하는 사례다 많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자사주 매입에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자금 대출 등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소각이란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나 매입한 자사주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줄면 일반 주주의 주식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선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자사주 매입은 그 나름의 의미와 효과가 있다”며 “단순히 매입을 하는 것만으로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구체적인 활용 계획과 추가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이어져야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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