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타'에서 관람객들이 HMD를 착용하고 VR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타'에서 관람객들이 HMD를 착용하고 VR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한국 게임 시장은 새로운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며 정체기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내 IT 신기술 시장들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빨라지는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중 양국의 사드배치 문제로 판호 심사 중단 이슈가 맞물리며 정체기에 빠지자 ‘새로운 경험’을 발굴하던 게임 업계는 IT 신기술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이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 존재하는 이슈에 직격탄을 맞은 게임사들은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지원, 찾기 어려운 성공 사례 등으로 욕심조차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 한때 게임업계 블루오션 VR, HMD 한계 극복 실패

업계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줬던 곳은 ‘VR’이었다. VR이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며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한 분야이기도 하다.

머리에 직접 착용해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HMD’를 착용하고 외부의 시야가 차단된 이용자는 가상의 콘텐츠를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VR은 한때 게임업계를 살릴 ‘히든카드’로 꼽히기도 했다. 이용자가 HMD를 착용하면 이용자가 실제로 게임 속으로 들어가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경험’은 PC나 모바일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에 정착된 HMD가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VR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HMD를 착용해야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HMD를 착용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부작용이 있다.

HMD 착용 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시간은 나이가 어릴수록 낮고 성인의 경우 최대 15분 이상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게임 이용 평균 시간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이용 시간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부모와 자녀의 미디어 이용 그리고 미디어 이용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000여 가구 6세 이상 아동 1만2,000명 대상 지난해 아동 청소년의 하루 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44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다.

이용시간과 공간이 크게 제한되고 이용자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자 국내에서 VR 콘텐츠를 제작하던 중소·중견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려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선 HMD를 사용해서 VR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게임사에서 사용한 3D 기술이 VR을 개발하는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인력은 충분하다”며 “HMD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활로는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 AR 게임 대표작 ‘포켓몬고’… 아성 뛰어넘을 후속작 나올까

지난 2017년 나이언틱의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한낮에도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겼다. /뉴시스
지난 2017년 나이언틱의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경복궁 등 포켓몬이 출연하는 곳에서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겼다. /뉴시스

AR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AR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구현해 이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데 VR과 공통점이 있지만 실제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더해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게임업계가 AR에 관심을 가졌던 가장 큰 이유는 나이언틱의 모바일 AR게임 ‘포켓몬고’의 성공 신화 때문이다. 포켓몬고는 지난 2016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 출시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던 당시 국내 이용자들은 속초, 양양 등 강원도 부근에서만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접하자마자 해당 지역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포켓몬고의 열풍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2019년 2분기 앱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전세계 평균 월 스마트폰 실사용자수 기준 6위를 기록했고 소비자 지출에서는 9위에 올랐다.

출시 3년이 지난 현재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포켓몬고와 달리 나이언틱의 또다른 AR 게임 ‘해리포터:마법사 연합’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리포터:마법사 연합은 해리포터 시리즈라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위치기반 AR 게임으로 이용자가 직접 해리포터 시리즈속 주인공이 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포켓몬고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현재 해리포터:마법사 연합은 양대마켓 매출 순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언틱이 선보인 AR 게임의 양면성을 모두 확인한 게임 업계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켓몬고의 입지가 작지 않고 자칫하다 비교대상으로 오르기라도 하면 한국 게임사의 AR 기술에 대한 나쁜 선례를 기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업계 “기술 자체는 훌륭”… 정부 지원 뒷받침 절실

두 기술은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며 실용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VR을 치료제 개발을 위해 사용한다. 앱, 게임, VR 등을 활용해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내에서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 ‘피어테라퓨틱스’는 약물중독 치료용 소프트웨어 ‘리셋’을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지난 2017년 승인까지 받았다. 리셋과 외래 진료를 병행한 결과 치료 효과가 20% 이상 향상됐다는 실험 결과까지 나왔다.

AR은 자동차, 휴대전화, 의료, 제조업 등에서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를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 건축·건설업에서 이를 적용한 시스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도 이들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도 메우지 못하는 상황인데 정부 지원까지 점점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게임산업 육성 예산은 지난해 554억6,600만원에서 올해 497억3,100만원으로 감소했다. 내년에는 447억700만원으로 올해보다 더욱 줄어들 예정이다.

대통령이 직접 게임 산업 활성화를 언급했음에도 관련 예산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 게임 업계는 적잖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주 52시간 제도에 따른 인건비 증가, 국내 게임 시장을 장악한 중국 게임, 판호 발급 중단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어려운 상황에 정부의 지원마저 점점 줄고 있어 개발이 한계에 부딪혔다. 

국내 IT 기술들이 해외 기업들과 견줄 수준으로 높다고 해도 사업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 협회장은 “20년 전 게임 산업이 활성화될 때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지금의 한국 게임시장을 만들어놓은 만큼 기술 분야 지원을 통한 성장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여러 지원으로 어느정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되면 VR·AR을 활용한 국내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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