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몇 년간의 부진을 털어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글로벌 입지도, 실적 하락세도 점점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게임사들. /뉴시스
한국 게임산업이 몇 년간의 부진을 털어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글로벌 입지도, 실적 하락세도 점점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게임사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던 한국의 게임산업이 몰락의 위기에 놓였다. 지난 몇 년간 성장세는 두드러지게 감소했고 대내외적 이슈를 돌파하지 못하고 정체기에 빠졌다. 현재의 한국 게임산업은 말 그대로 ‘방향’을 잃었다.

◇ 게임, 수출 콘텐츠산업 중 유일하게 하락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1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게임산업은 6%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세는 지난 2017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당해 게임산업 매출액은 13조1,422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3조9,335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기별로 보면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은 상반기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6조8,607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 대비 감소한 콘텐츠는 게임산업뿐이다.

수익을 올렸던 수출부문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 자료에 따르면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약 95억5,000만달러(한화 약 1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부분 역시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아니다. 음악, 방송,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여타 콘텐츠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게임산업은 지난 2016년 32억7,000만불(한화 약 3조7,000억원), 2017년 59억2,000만불(한화 약 7조100억원), 지난해 63억9,000만불(한화 약 7조5,000억원)으로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한 31억4,000만불(한화 약 3조7,000억원)이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게임업계가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 2017년부터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中 내부 문제까지 겹치나… 게임질병코드 덮치며 ‘이중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질병코드에 등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게임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는 대책위원회가 '게임 애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질병코드에 등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게임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는 대책위원회가 '게임 애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의 성장이 더뎌지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단연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점이 꼽힌다. 수익성이 악화되던 시점과 한중 양국의 사드배치 문제가 맞물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알 수 없는 게임 산업 제재가 더 큰 영향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대형 게임사인 ‘텐센트’와 ‘넷이즈’도 정부로부터 판권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게임사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의 원만한 꽌시(关系)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판호가 발급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현지 내부 문제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점은 중국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북미·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해도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이 한국 게임 시장의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 등 주요 분석매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임산업규모는 총 1,349억달러(한화 약 152조원)이며 이 중 중국은 344억달러(한화 약 38조2,000억원) 규모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 게임 산업 규모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중국의 게임시장 규모가 오는 2021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질병코드 등재는 대외적으로 어려운 게임사들을 더욱 버겁게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소수의 사람을 위한 ‘연구적 차원’이지만 영리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치료’가 아닌 ‘게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WHO의 결정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가 정해지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중국 게임들 중 국내에 서비스할 수준의 고퀄리티 게임을 퍼블리싱하기 어려워진 점, 정부의 주52시간 여파에 따른 유연한 개발시간 확보가 여러운 점 등도 게임산업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 업계선 “게임사 책임도 있어”… 돌파구 모색에 분주

업계선 내부의 책임도 통감하고 있다. 10여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오는 동안 장르의 다양성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르에만 치우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크게 증가한 게임 장르가 바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모바일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의 게임앱 종합순위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MMORPG 장르만 5개 이상이다. 이는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등 양대마켓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중국에 진출해서 실적을 뒷받침해주는 게임마저도 MMORPG다.

특히 기존에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IP)에만 매몰돼 있는 점, 중국 시장에 맞춰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만 과도하게 몰입된 점, 게임 셧다운제 지정 이후 정부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추진하지 못해 게임 산업이 ‘문제아’ 취급을 받게 한 점 등도 꼽힌다.

업계선 현재의 상황들에 다소 심경이 복잡한 모양새다. ‘이용자가 있어야 게임도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각 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키워온 산업이 몇 년 만에 몰락의 위기에 놓인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마냥 손만 놓고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신규 IP 발굴과 새로운 기술의 게임 접목, 새로운 장르의 진출을 위해 이용자들간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자리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은 씁쓸하지만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의 여파가 적지 않지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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