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흥행’과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승과 강등 등을 놓고 끝까지 알 수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고, 더 나은 경기와 팬서비스를 위한 노력들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훗날 K리그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2019년, K리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시사위크>가 정리해본다.<편집자주>

2019 K리그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뉴시스
2019 K리그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뉴시스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모두가 웃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축구 또한 그렇다. 시즌 내내 활약을 이어간 선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바닥까지 내려앉은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감독이 있는 반면, 위기의 팀을 구해내지 못한 감독도 있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다. 올 필연적으로 희비가 엇갈린 K리그의 사람들, 선수와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전북현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조제 모리아스 감독을 선임했고, 우승컵을 차지했다./뉴시스
전북현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조제 모리아스 감독을 선임했고, 우승컵을 차지했다./뉴시스

◇ ‘모리뉴 사단’의 합류… 국내 수장들의 ‘도전장’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화제가 됐던 구단은 전북현대다. 최강희라는 상징적인 감독이 떠난 후 공석이 된 감독 자리에 조제 모리아스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모리아스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 조제 모리뉴 감독 하에서 코치생활을 하며 유럽의 다수 구단을 거쳤던 인물이다.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 훗스퍼에 부임한 후 모리아스 감독에 대해 언급할 만큼 두 사람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이른바 ‘명가’로 분류되는 팀들의 새로운 감독 선임 소식도 전해졌다. 수원삼성은 ‘쎄오’라는 애칭을 보유하며 팬들의 지지를 받던 서정원 감독을 떠나보내고, ‘원조 붕대투혼’ 이임생 감독을 선임했다. FC서울은 지난해 리그 막바지에 팀으로 돌아온 최용수 감독 체제로 시즌에 나섰고, 울산과 포항 또한 각각 김도훈, 최순호 감독 체제로 우승컵 탈환을 노렸다.

김도훈 감독은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승부처에서 연달아 무너지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고, 이임생 감독은 리그에서의 초라한 성적을 뒤로 한 채 FA컵 정상에 오르며 팀을 아시아 무대로 복귀시켰다. 최용수 감독 또한 지난해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진 팀을 리그 3위에 올리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켰다.

가장 빛난 것은 역시 모리아스 감독이다. 국내 감독들의 도전장을 물리치고 결국 전북에 우승컵을 안겼다. 리그 하반기부터 울산현대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전북의 첫 리그 3연패를 안겨준 극적인 우승이었다.

췌장암 4기 투병 사실을 밝힌 유상철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를 K리그1에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뉴시스
췌장암 4기 투병 사실을 밝힌 유상철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를 K리그1에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뉴시스

◇ 처절했던 하위권… ‘영웅’ 향한 하나의 ‘박수’

지난달, 37라운드를 앞두고 각 경기장에서는 킥오프 전 1분여간 박수가 이어졌다. 췌장암 4기 투병 사실을 밝힌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의 쾌유를 비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홈팬, 원정팬 할 것 없이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바라며 힘껏 박수를 보냈다.

하위권을 형성한 구단 중 인천은 매년 주목받는 구단이다. ‘생존왕’이라는 별명답게 창단 후 단 한 차례도 K리그2로 강등되지 않았다. 특히 유상철 감독의 투병 소식과 맞물려 인천은 하반기 국내 팬들의 강한 지지를 받았고, 유상철 감독은 팬들과의 약속대로 인천을 K리그1에 잔류시켰다.

하위권 구단 중 김종부 감독과 경남FC의 몰락도 눈에 띈다. 경남은 2017년 압도적인 성적으로 K리그2를 재패하고, K리그1에 복귀했다. 복귀 첫해부터 ‘괴물 공격수’ 말컹을 앞세워 리그 2위에 올랐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치열했던 강등 경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경남은 리그 최종순위 11위를 기록해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 부산아이파크와의 벼랑 끝 승부를 남겨둔 상황이다.

남기일 성남FC 감독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성남은 리그 최다 우승팀이자 ‘명가’로 항상 언급되는 구단이지만, 2016년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올해 K리그1 무대에서 잔류에 성공했다. 리그 초반 많은 전문가들은 성남의 현실적 목표를 잔류로 전망했지만, 성남은 보란 듯이 9위를 기록했다. 강등권과 승점 차는 무려 12점이다. 모두의 예상을 깬 것이다.

울산현대의 김보경은 전북현대의 문선민과 치열한 경합 끝에 시즌 MVP를 차지했다./뉴시스
울산현대의 김보경은 전북현대의 문선민과 치열한 경합 끝에 시즌 MVP를 차지했다./뉴시스

◇ 우승팀에 없는 득점왕과 MVP… 외인·영건들의 약진

리그 우승컵은 전북이 가져갔지만, 올 시즌 득점왕과 MVP에는 전북 선수가 없다. 득점왕은 수원의 애덤 타카트, MVP는 울산의 김보경이다. 타카트는 ‘아시아 쿼터’ 용병의 첫 득점왕 등극이라는 기록을 썼고, 김보경은 총 9번이나 MOM(Men Of the Match)에 선정되는 등 ‘축구도사’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부활을 알렸다.

리그에서 10골 이상을 기록한 15명의 선수 중 9명이 외국인 선수일 만큼 외인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특히 득점왕에 오른 타가트에 이어 득점 순위 6위까지가 모두 외국인 용병이다. 득점 2위를 기록한 울산의 주니오를 비롯해 대구의 세징야, 포항의 완델손, 인천의 무고사, 경남의 제리치 등이 득점 상위권을 형성하며 각축을 벌였다.

‘영건’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신인왕 격에 해당되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강원FC의 김지현(시즌 10골)을 비롯해 시즌 막판 극강의 활약을 보여준 포항의 이수빈,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선수로 인기몰이를 한 대구의 정승원, 차세대 국가대표 골키퍼로 꼽히는 전북의 송범근 등이 시즌 내내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여기에 2019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일궈낸 서울의 조영욱과 김주성, 수원의 전세진 등의 활약도 리그 흥행몰이에 한 몫 했다.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전에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단 1분도 출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뉴시스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전에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단 1분도 출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뉴시스

◇ 호황 맞았지만… ‘노쇼’ 파문은 ‘옥에 티’

올해 호황을 맞은 K리그에도 ‘옥에 티’는 있다. 온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K리그 올스타와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구단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다. 이 경기는 리그 올스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관심이 집중됐고, 협회 차원의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그중에도 특히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라는 세계적인 스타를 보기 위한 티켓팅도 치열하게 진행됐다. 호날두라는 최고의 스타가 서울에서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 국내 팬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시종일관 성의 없는 태도로 많은 비판을 샀다. 경기장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킥오프 시간이 지연되는가 하면, 6만 관중이 애타게 기다리던 호날두는 끝내 경기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경기 후 마우리시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이 “호날두를 보고싶다면 이탈리아로 오라. 티켓값을 주겠다”고 말해 팬들의 공분은 더욱 커졌다.

앞서 일각에서는 무리한 일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유럽은 비시즌 기간이었지만, K리그는 시즌 도중 치러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 혹여나 자신의 팀이 선수가 올스타에 선발돼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말 많고 탈 많던 경기는 유벤투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서울의 오스마르, 대구의 세징야 등이 환상적인 득점포를 터뜨리는 등 K리그 올스타들은 선전했다. 하지만 호날두의 ‘노쇼’ 사태와 유벤투스 구단의 안일한 태도는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올 시즌은 유독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였다. 선수와 감독, 팬들까지 한 해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내년에도 K리그와 축구는 계속될 것이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다음 시즌에도 리그에 풍성한 스토리가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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