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20대 국회가 말 그대로 역대 최악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정치평론가의 말이 아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한 공식 발언이다. 오 원내대표의 우려처럼 마무리를 앞둔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에 허덕이고 있다. 왜일까.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 이후 2만3,448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이 중 7,019건(29.9%)의 법안이 처리됐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법안처리율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 17대 52.2% (발의 7,489건·처리 3,907건·폐기 3,582건), 18대 44.8%(발의 1만3,913건·처리 6,793건·폐기 7,220건), 19대 42%(발의 1만7,822건·처리 7,631건·폐기 1만190건)에 비하면 턱없이 저조한 수치인 셈이다.

올해만 해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청와대의 각종 인사, 선거법·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둘러싸고 여야는 늘 부딪치며 쉴새 없이 '강대강'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식물 국회', '동물 국회' 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여의도에 타협과 협의가 실종되면서 정당이 국회를 벗어나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거나, 청와대 앞까지 진격해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있었다.

소위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이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각 상임위별로 법안소위를 월 2회씩 의무적으로 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여야 극한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2회 소위'는커녕 예정된 소위조차 파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여야 대치 정국에서 법안소위의 '만장일치 찬성' 관례도 법안처리율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적위원 과반 출석 및 과반 찬성으로 표결하는 것이 국회법에 따른 원칙이나, 법안소위는 관례상 만장일치가 아니라면 의결을 미루고 다음 회의로 넘겼다. 최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오른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모든 정무위원의 찬성에도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로 난항을 겪은 예가 있다.

이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법안소위원장이 안건을 표결에 붙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회의원 한분 한분이 헌법기관이기에 입법은 제일 중요한 책무"라면서 "법안소위에서 만장일치가 아니면 통과가 안 되는 묘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법안소위가 지금보다 더 정례화되거나 자주 열려야 한다"며 "국회가 진영대결처럼 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있는데 지금은 정당이 너무 앞서 간다"며 "때에 따라서는 정당 간 이견이 있는 법도 쟁점 법안으로 협상해 결론을 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법들은 정당 간 대립으로 피해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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