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프로그램의 ‘흥망’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플랫폼의 발달로 인한 방송 시청 행태의 다변화를 포괄하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 채널이 경쟁 시대에 돌입했지만 이들의 우위를 가릴 명확한 평가 기준도 되지 못한다. 시청률을 대신할 지표는 없을까. [편집자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가 TV프로그램 가구시청률 자료에 ‘시청자 수’를 추가해 발표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홈페이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가 TV프로그램 가구시청률 자료에 ‘시청자 수’를 추가해 발표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홈페이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동일한 지표로 비교 가능한 수치를 제공하려고 한다. ‘시청자 수(數)’가 그 대안.”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는 지난해부터 TV프로그램 가구시청률 자료에 ‘시청자 수’를 추가해 발표하고 있다. 시청자수는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전원을 표시하는 수로, 기존 시청률과는 다른 자료다. 닐슨코리아는 “시청자수는 변화하는 시청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표로, 대부분 국가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시청률은 해당 채널을 시청한 가구(개인)를 전체 TV보유 가구(개인)으로 나눠 계산한 상대적인 값이지만, 시청자수는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전체 수라 지상파·비지상파 구분 없이 모든 프로그램의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닐슨코리아가 시청자수를 주목하는 이유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상파 시장, 비지상파 시장이 따로 있다고 봤다”면서 “그런데 요즘은 그 경계가 모호해졌고, 시청률로 직접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율’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분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수’는 수치만으로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또 1·2인 가구가 늘면서 나타나는 시청 행태 변화를 반영하기에도 시청자수가 더 적합하다. 최근 인구 구조 변화로 가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인구는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가구 시청률의 분모에 해당하는 TV보유 가구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나누는 값이 커진 것이다.

이에 가구 시청률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개인 시청자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가구 시청률은 떨어지는데, 개인 시청률은 거의 변화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수는 ‘절댓값’이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시청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지상파의 시청자수는 전국 13개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다. 지상파가 전국 동일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추후 내셔널(전국)로 확장해 모두 똑같은 기준에서 시청자수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청률을 볼 때마다 어떤 기준인지,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게 될 거다”라며 “딱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가 새로운 시청자 지표 모델 코코파이를 개발했다. /KBS
KBS가 새로운 시청자 지표 모델 코코파이를 개발했다. /KBS

방송사도 이를 반영한 새로운 지표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KBS의 ‘코코파이(KOCO PIE)’다. KBS는 닐슨코리아와 화제성 조사전문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과 함께 TV 시청행위와 온라인 화제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청자 지표 모델 코코파이를 개발했는데, ‘시청자수’가 메인 지표로 활용된다.

코코파이는 TV안팎의 시청행태를 보여주는 두 가지 지표(PIE-TV와 PIE-nonTV)로 구성된다. 먼저 PIE-TV는 TV 내 통합시청자수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본방송, 재방송, 유통채널, TV-VOD의 ‘시청자수’를 모두 합해 계산한다. PIE-nonTV는 TV밖 프로그램 이용행위를 측정하는 지표로 뉴스, 커뮤니티, SNS, 동영상의 네 가지 영역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조사한다.

KBS 관계자는 “1인가구의 증가, N스크린의 발달 등 시청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시청환경의 변화로 기존 시청률 자료는 제대로 된 시청 행태를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코코파이는 시청률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지표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본방송 시청자를 추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청률이든 시청자수든 그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에 대해 집계를 하는 것인데, 지금은 시청 환경이 달라졌다”며 “사람들이 편성표를 들여다보고 본방송으로 TV를 시청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로 미디어 소비 패턴 역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 수’가 방송 시청 행태의 다변화를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것과 동시에, 경계가 무너진 지상파·비지상파의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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