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다수 담아냄에 따라 아이와 함께 드라마를 보기 겁난다는 부모들의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 그래픽=김상석 기자
TV 드라마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다수 담아냄에 따라 아이와 함께 드라마를 보기 겁난다는 부모들의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잔혹한 폭행, 선정적인 스킨십 장면에 아이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게 이젠 겁이 난다.”

요즘 이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이와 함께 오붓하게 드라마를 보다가 과도한 노출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에 난감했다거나 눈살을 찌푸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쇄도하고 있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올 한 해 방영된 많은 드라마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나 나올법한 자극적인 장면들을 ‘15세 이상 관람가’를 내걸고 방영했다. 드라마 시청등급이 점차 무색해져만 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TV 드라마의 ‘자극성’은 다양해지는 플랫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변질되는 모양새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작품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방송국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적인 장면들을 생산해낸다. 이는 지상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종영한 SBS ‘황후의 품격’은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가 돼 황제에게 시집온 명랑 발랄 뮤지컬 배우 ‘오써니’(장나라 분)가 궁의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우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작품으로, 파격적인 전개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극적인 장면을 방영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SBS '황후의 품격' / SBS '황후의 품격' 방송화면 캡처
자극적인 장면을 방영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SBS '황후의 품격' / SBS '황후의 품격' 방송화면 캡처

‘황후의 품격’은 ‘15세 이상 관람가’가 적합한 작품인 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정도로 선정적‧폭력적인 장면들을 빈번하게 노출시켰다. 성인 시청자들이 봐도 민망할 수위의 신성록(‘이혁’ 역)과 이엘리야(‘민유라’ 역)의 베드신 장면이 그려진 것은 물론 뺑소니 살인 등 온갖 패륜적 악행을 담은 장면들이 ‘황후의 품격’ 곳곳에 담겨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영됐다.

특히 신은경(‘황후 강씨’ 역)의 명령 아래 이엘리야가 시멘트 고문을 당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부터 “너무나 잔인하다”는 질타를 한몸에 받았다.
 
MBC ‘검법남녀 2’와 KBS2TV ‘닥터 프리즈너’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로 작품성 측면에서는 큰 호평을 얻은 반면, 잔혹한 장면들을 다수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불편감을 자아냈다.

‘검법남녀 2’는 사체 해부 과정을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하는가 하면 살인범의 다소 엽기적인 살인 과정을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자세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사체 해부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던 MBC '검법남녀 2' / MBC '검법남녀 2' 방송화면 캡처
사체 해부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던 MBC '검법남녀 2' / MBC '검법남녀 2' 방송화면 캡처

또한 ‘닥터프리즈너’는 남궁민(‘나이제’ 역)이 박은석(‘이재환’ 역)에게 주사를 잔혹하게 찌르는 장면, 이주승(‘김석우’ 역)이 권나라(‘한소금’ 역)의 목을 펜으로 찌르는 장면, 최원영(‘이재준’ 역)이 박은석(‘이재환’ 역)에게 신체에 유해한 주사를 잔혹하게 찌르는 장면 등을 다수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성접대 장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그려내 논란을 일으킨 작품도 있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가 주인공. ‘배가본드’는 3회(9월 27일) 방송분에서 로비스트 ‘제시카 리’(문정희 분)가 전투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국방부 장관 측근과 사업 핵심인물들을 상대로 성접대 하는 장면을 담아냈다.

성접대 장면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SBS '배가본드' / SBS '배가본드' 방송화면 캡처
성접대 장면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SBS '배가본드' / SBS '배가본드' 방송화면 캡처

이날 방송된 ‘배가본드’에서는 여성 접대부들이 입고 있던 한복 저고리를 벗는 모습, 고위직 남성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속옷만 입은 채 접대부들과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이 담겼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가 되긴 했으나 시청자들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보기엔 부적절한 장면” “모자이크가 무의미할 정도로 자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넷플렉스 등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로 TV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방송’이 갖는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더욱이 ‘15세 이상 관람가’를 내세우고 방영하는 드라마의 경우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함께 시청한다는 점에서 도를 넘은 선정성과 폭력성을 갖춘 장면에 대해 우려감이 모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TV 드라마, 이대로 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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