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 한국원자력안전재단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 한국원자력안전재단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8년 주택수가 10년 전에 비해 489만채 늘었지만 주택보유자 수 증가는 241만명에 그쳤다. 이유는 다(多)주택자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 비율)은 2008년 100%를 초과해 현재 103% 수준이나, 자가 점유율은 최근 10년 동안 56%선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급을 늘려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만 늘리는 결과를 막으려면 소수 투기 세력을 차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 최고위원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박 최고위원이 이날 인용한 통계는 지난 9월 24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국세청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 분석해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 수는 2008년 1,510만채에서 2018년 1,999만채로 489만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보유자 수는 1,058만 명에서 1,299만 명으로 241만 명 증가했다. 그렇다면 248만채를 기존 주택보유자가 사들인 걸까?

상위 10% 다주택보유자 수는 2008년 106만명(243만채·1인당 2.3채)에서 2018년 130만명(451만채·1인당 3.5채)으로 24만명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이 10년새 208만채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주택 248만채 가운데 83.8%에 해당하는 208만채를 상위 10% 다주택보유자가 매입한 셈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은 '통계의 착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료 집계 기준점인 2008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새 주택보급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2008년 전 주택보급률은 '보통가구 수'에 '주택 수'를 나눠 계산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부터 '일반가구 수'에 '주택 수'를 나누는 '신(新)주택보급률'이 도입됐다. '보통가구'는 총 가구에 외국인·집단·1인·비혈연가구를 제외하지만, '일반가구'는 보통가구와 비혈연·1인가구를 전부 포함한다.

다시 말해, 2008년 전 주택보급률에서는 다가구 주택을 1가구로 계산했으나 이후 다가구의 1인가구를 모두 개별 주택으로 산정하는 방향으로 산출식이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다주택 보유자가 자연 폭증할 수밖에 없는 셈이 됐다.

예컨대 한 다가구 주택에 5가구가 살고 있다면, 해당 집주인은 2008년 이전에는 1가구를 보유한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부터는 주택을 따로 매입하지 않아도, 집주인은 5가구 '다주택 보유자'로 자동 집계된다.

결국 다주택자가 늘어나면 임대가구도 늘어나고, 따라서 '1가구 주택자'도 같이 증가하는 식이다. 다만 임대주택은 대학생 등의 임시거처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실질 가구 산정 논란이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가 1주택 보유자 증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박 의원은 주장은 일반론에 비춰 맞는 주장이다. 다만 박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자료의 주택공급과 다주택자간 상관관계, "(주택) 공급을 늘려도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만 늘리는 결과"라는 부연 설명은 완전히 맞다고 보기 어렵다.

주택공급률 관련 산출식 변화와 경기 변동 등 여건을 고려하면, 오직 다주택자의 문제만으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경기 여건이나 금리에 따라 다주택자가 집을 많이 사기도 하고 적게 사기도 한다"며 "1주택 보유자도 마찬가지다. 통계를 보고 마치 다주택자가 (공급주택을) 다 가져간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원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정부가 11년 전 통계 방식을(신주택보급률로) 바꾼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라며 "통계 방식이 바뀌고 전국 주택이 200만채 정도 늘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주택공급률·보유자의 수치상 비교 근거가 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통계 변경으로) 원룸도 주택수에 포함됐는데, 원룸은 임시 거처지 주택으로 보기 어렵다. 실질주택공급이 자료 만큼 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주택자가 늘면 자가비율에 영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수치는 통계의 착시일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박광온 의원은 "주택공급을 늘려서 다주택자의 숫자를 늘리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며 "공급을 늘려도 투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신주택보급률에 대해서는 "과거 다인 가구일 때는 합당한 주장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 1인, 2인 가구가 굉장히 많다"며 "주택 가구 분류는 그 시대상과 생활상을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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