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17~2047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대한민국은 출생 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자연감소에 들어간다. /뉴시스
통계청의 2017~2047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대한민국은 출생 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자연감소에 들어간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20년이면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대한민국이 인구 자연감소에 들어간다. 한 해 출생하는 신생아보다 사망자의 수가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국제인구이동으로 외국에서 유입되는 인구로 인해 대한민국의 인구수 자체는 당분간 소폭 증가하겠지만, 그마저도 2030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걸을 것이 유력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예상추계보다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17~2047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자연증가율은 -0.06% 수준이다. 이마저도 합계출산율을 ‘중위’로 계산했을 때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저위’ 출산율을 적용하면 자연감소 추세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미래사회 대응전략 발제를 맡았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의 인구구조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고 대응전략도 상이하기 때문에 낙관적 시나리오 보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고려해 미래사회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가장 포괄적이고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2.7%에서 2025년 69.1%, 2030년 65.4%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17년 707만 명(13.8%), 2025년 1,000만명을 넘어 2047년에서는 1,879만명(38.4%)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진입하는 2020년부터 고령인구의 급증이 시작된다. 11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2만6,000명과 17만9,000명이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40만,80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취업자가 24만2,000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이제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일 닥쳐올 문제”라고 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노동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들까지 새로 받을 신입생이 줄어든다. 산술적으로 2024년이면 전국 대학 4곳 중 1곳은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뽑게 될 예정이며, 2030년엔 초등 교사 5만 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당장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양성규모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남성이라면 누구나 짊어져야할 의무로 여겨졌던 병역도 변화가 필요하다. 병역자원의 급감으로 현 시스템으로는 국방력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드론과 정찰위성, 무인항공기 등을 활용하고 병력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군 전력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모병제를 통해 보다 전문화된 병력자원 육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노령화는 마치 쓰나미처럼 기존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재앙’ ‘인구절벽’과 같이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버산업과 같이 기존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이 나타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으로 단순노동시간은 줄고 창의적 활동에 매진할 여유가 늘어나는 낙관적 전망도 가능하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구감소는 재앙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등 성장만 고집해온 자본주의의 관점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적어도 기존의 관점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각으로 인구감소에 대응해야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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