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와 수소폭탄은 원리가 전혀 다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수소연료전지가 폭발하면 수소폭탄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미세먼지, 지구 온난화 등의 대기 오염 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로 자리 잡으며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친환경 에너지의 대표 주자 수소 에너지의 활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 했다. 이에 따라 ‘수소 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수소경제 로드맵의 한쪽 바퀴가 흔들리고 있다. 바로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건립 문제다. 발전소 건설 부지로 선정된 다산 신도시, 경남 양산, 함양 등의 지역 주민들 반대가 극심한 상태다.

특히 경남 양산의 경우 지난 8월 국내 최대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아직까지 건설이 연기되고 있는 상태다. 남양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수용성 보장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안전 및 환경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발전소 건립을 반대했다.

주민들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건립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다. 수소연료전지가 폭발할 시 ‘수소폭탄’처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의 위험성,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9월에는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경남 함양군에 추진 예정이었던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관련 사업신청서가 철회됐다./ 뉴시스

◇ 수소연료전지는 수소폭탄과 전혀 관련 없다... 원리가 전혀 달라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폭발할 시 ‘수소폭탄’과 같은 위력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발전소 건립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선 결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수소폭탄이란 수소의 핵융합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폭탄을 말한다. 수소폭탄이 폭발하기 위해 필요한 핵융합이 발생하기 위해선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핵융합에 필요한 초고온을 순간적으로 발생시키기 위해 뇌관으로 ‘원자폭탄’을 사용한다. 

즉, 수소폭탄은 기폭제인 원자폭탄의 핵분열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초고온에 의한 수소의 핵융합에 의해 작동되는 ‘열핵병기’인 셈이다. 

전북대학교 이중희 BIN융합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소폭발은 수소 연료에 불이 붙는 산화 현상”이라며 “수소폭탄과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원리는 전혀 다르며 설사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원자탄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수소 폭발의 위험성으로 자주 언급되는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폭발 사고, 강릉 테크노파크 수소탱크 폭발 사고 등은 모두 수소가 산소에 직접 닿아 발생한 ‘산화’에 의한 폭발이다. 수소의 산화 폭발은 반응성이 높은 매우 수소가 산소와 접촉할 시 격렬하게 반응해 폭발하고 ‘물(H₂O)’이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 산화에 의한 폭발 가능성도 매우 낮아... 다만 안전 규제 추가 확보와 철저한 관리 필요

그러나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사용되는 수소가 수소폭탄처럼 핵융합에 의한 폭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산화에 의한 폭발은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소 누출로 발생하는 산화 폭발 역시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연료전지의 경우 ‘수소저장탱크’가 없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의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수소는 가스 배관을 통해 도시가스(메탄, CH₄)를 받아 개질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수소저장탱크가 필요 없어 수소 누출에 의한 사고 확률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연료전지 내부 셀에서 곧바로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리된다. 이후 전기생산을 담당하는 스택에서 수소 이온은 공급된 산소와 반응해 물과 전기를 생산한다. 때문에 산소와 만나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수소 자체는 산소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없다. 

설용건 연세대학교 화공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단 한건의 폭발사고도 없었다”라며 “미국의 경우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 중 하나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등 세계적으로 연료전지는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강릉 테크노파크 수소폭발 사고의 경우 산소가 수소저장탱크 내에 유입되면서 발생한 사고”라며 “수소저장탱크가 존재하지 않고 연료전지 내부에선 수소가 이온 형태로 분해돼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전했다.

설 교수는 개질된 수소가 연료전지 내부에서 이온으로 분리되기 직전 단계에서 유출이 발생해 폭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 경우엔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선 기밀성 및 안전성에 대한 법규가 마련된 상태”라며 “그에 따라 수소 환기 설비, 수소 누출 감지·차단기 등 안전시설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설 교수는 안전한 수소 에너지 사용을 위해선 추가 법률 제정과 준법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 교수는 “수소에 관련된 안전 법규를 좀 더 강화하고 그에 대한 룰과 법규를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단순히 수소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수소 사업 전체를 막는 것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폭발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안전한 발전 방식이며, 설사 폭발한다 하더라도 결코 수소폭탄과 동일한 피해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화에 의한 폭발 시에도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안전 규제 강화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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