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디씨엠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2014년생, 2017년생에 이어 2019년생이 새로 등장했다.
디씨엠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2014년생, 2017년생에 이어 2019년생이 새로 등장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는 나름의 성과를 남겼다. 재벌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대거 해소됐고,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사외이사 제도 실효성 강화 조치도 단행됐다. 또한 공정과 특혜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한층 더 엄격해졌다.

이렇듯 적잖은 변화 속에 2020년 새해와 새로운 10년이 밝았지만, 주식금수저 실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돌잔치도 하기 전에 억대 주식 보유

1차 철강 제조업체 디씨엠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쓰이는 라미네이팅 강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연간 매출액 규모는 1,200억원대 수준으로 중소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디씨엠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등장하는 주식금수저 면면은 남다르다. 디씨엠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총 3명의 미성년자가 등장한다. 2014년생 A군과 2017년생 B군, 그리고 최근 새롭게 합류한 2019년생 C군 등이다.

먼저 2014년생 A군은 이들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9억3,6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을 나이지만,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주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생으로 이제 우리 나이 4살이 된 B군 역시 ‘억 소리’가 난다. B군이 보유 중인 주식은 3억2,000만원대다.

여기에 올해 들어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2019년생 C군이다. C군은 2019년 3월에 태어나 아직 첫돌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7일 정연택 디씨엠 회장이 친인척에게 보유 지분 일부를 증여하면서 주식을 취득하게 됐다. 증여가 이뤄진 당시 시세로 1억원이 조금 넘는 규모다. 첫돌이 되기도 전에 억대 주식을 손에 쥐게 된 셈이다.

태어나자마자 억대 주식을 거머쥔 것은 A군과 B군 역시 마찬가지다. A군은 두 돌이 되기도 전에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을 모두 확보했고, B군은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첫 주식 보유 방식은 모두 정연택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것이었다. 다만, B군은 이후 약 2억원을 투입해 장내매수로 보유 주식 수를 늘리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주식보유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오너일가의 주식 증여 및 보유주식 확대가 최대주주의 주가부양 의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어린 나이부터 억대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일반 서민 및 청년들에게 위화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승계·증여 비용 절약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2014년생, 2017년생에 이어 2019년생까지 억대 규모의 주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디씨엠의 주식금수저 실태는 아직 갈 길이 먼 2020년 우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