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이 지난 6일 당 전체 당직자에게 발송한 희망퇴직 시행 공고문. /시사위크
민생당이 지난 6일 당 전체 당직자에게 발송한 희망퇴직 시행 공고문. /시사위크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당의 어려운 입장은 이해하지만, 사무처 당직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것 같다. 필요할 때 가져다 쓰고 정리할 때 바로 정리하고. 우리는 국민의당 시절부터 같이 일을 해왔는데, 4년이라는 시간을 하루아침에 정리하라고 하니….”

민생당이 사무처 당직자를 대상으로 6일부터 7일까지 초고속 희망퇴직 접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당과 사무처 당직자간 최소한의 협의 없이 이뤄진 결정에 당 내부는 대거 동요하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출신 한 민생당 당직자는 7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 사무처가 어제(6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며 “당직자는 사무처 지시에 따라야 하지만, 국민의당부터 바른미래당, 민생당까지 4년간 함께한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당이) 배려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민생당의 희망퇴직은 지난달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 합당에 따라 의석 수(19석) 대비 사무처 당직자 수가 급증한 데 따른 고육책이다. 현재 민생당 사무처 당직자 수는 3당 도합 100여명을 상회한다.

지난해 바른미래당은 28석 시절 사무처 당직자 수 70여명 수준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시작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의석은 8석까지 줄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3당 합당체인 민생당이 출범, 현재 상당 수의 당직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당은 전날(6일) 계약직을 제외한 사무처 전체 당직자에게 희망퇴직 시행을 전격 공고했다. 신청 기한은 6일부터 7일 오후 6시까지다. 위로금은 근무기간에 따라 1년 미만 근무자에게 월급여 1개월분, 1년 이상 근무자에게 월급여 2개월분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또 민생당은  ‘희망퇴직 신청기간 이후 미신청자에 대해 재정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인원감축 시 법정임금(퇴직금) 외 별도 위로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공고문에 명시했다.

희망퇴직이 강요는 아니다. 다만 당직자들은 당의 과거 사례와 비교해 단 하루에 불과한 결정 기한과, 향후 구조조정 시 위로금 지급은 없다고 명시한 단서조항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13일 민생당 전신 바른미래당은 당직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바른정당계 신당 창당 움직임 본격화로 사무처도 둘로 쪼개진 데 대해 당을 조속히 정리하고자 마련한 대책이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19일까지 약 일주일간 희망퇴직을 받았다.

당직자들은 당의 어려운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십분 이해하나 이별 과정에 배려가 부족하다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

당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정오에 공지된 데다 신청 기한에 주말이 껴 있어 동료들과 고민을 나눌 시간이 얼마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사무총장이 미리 언질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무 말이 없던 터라 당직자들이 더 동요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서조항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하루를 주면서 그런 조항까지 넣었더라. 나가라고 겁을 주는 건지 당에 실망을 많이 했다. (퇴직으로) 마음을 정했다”며 “그간 당이 힘들었어도 열정과 의지와 애당심으로 버텨왔는데 이젠 후련한 느낌”이라고 했다.

당에 남기로 결정한 바른미래당 출신 민생당 당직자는 “국민의당 창당 때부터 함께해왔던 동료들이 많이 나가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단순 이직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환멸, 누적된 피로감, 패배감 등이 쌓여 퇴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민생당 사무처는 당직자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근접한 총선 일정과 관련해 당 조직정비를 신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당직자 희망퇴직 접수 기간에 추가 여유를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한웅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3당이 합당하면서 인력조정이 필요해 지도부와 협의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모레(9일)부터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만큼 당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황 사무총장은 당직자들의 유감 표명에 대해 “당직자들 희망퇴직을 받는 우리 마음도 오죽하겠나. 저도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퇴직 공지가) 늦은 건 사실이다. 4일 정도 여유를 뒀으면 했지만 내부 관리하는 우리도 어려움이 많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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