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주의에서 국민 여론을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 중 한가지가 투표다.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바꿀 수 있고, 투표를 통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암울한 정치사는 유권자인 국민들이 투표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또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투표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선량으로 뽑아 경험을 쌓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투표는 지금의 대한민국 뿐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바꿀 힘이다. 그래서 투표는 중요하다. <편집자 주>

2019년 4월 3일 전주시라선거구 전주시의원 보궐선거 날인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제1 투표소 서신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4월 3일 전주시라선거구 전주시의원 보궐선거 날인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제1 투표소 서신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투표는 민심을 대변해 왔다. 정치사의 굵직한 국면에서 투표는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특히나 총선은 더욱 더 그렇다.

◇ 민심이 정치권에 든 회초리

2004년 정치권을 강타한 키워드는 ‘탄핵’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정국을 뒤흔들었다.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 등 야당 연합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했다.

민심은 정권에 힘을 실어줬다. 고(故)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후 치러진 총선에서 민심은 새천년민주당과 제1당이던 한나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그 해 열린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이 됐다. 제2당인 한나라당에 비해 30여 석을 더 가져갔다. 반면 민주당은 9석의 의석만 사수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야당이 여당을 앞섰다. 123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됐고, 122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원내 2당으로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선 122석 중 35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의 ‘오만’이 화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막장 공천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두고 ‘불통’ 지적이 뒤따랐다. 문제들이 누적되자 민심은 정부·여당 ‘견제’를 선택했다.

투표는 정치 지형의 변화도 일으켰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하며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거대 양당 체제로 흘러가던 흐름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이 양당 체제를 거부하고 다당제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표는 지금의 대한민국 뿐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이다.
투표는 지금의 대한민국 뿐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이다.

◇ 유권자 관심과 정치권 관심 비례

투표는 정국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정치 무관심은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청년 세대의 저조한 투표율은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41.5%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에서도 52.7%로 이전 선거보다 증가했으나, 여전히 전 연령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청년정책’에 대한 고심이 사라졌다. 20대 총선 당시 정당들은 청년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그마저도 날림 공약과 실효성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대 국회에 입성한 2030 정치인은 불과 3명에 그쳤다. 역대 최저 수치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44명의 비례대표 후보 중 청년 몫으로 단 한 명을 배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3명의 비례대표 중 단 한 명의 청년 후보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표가 많다면 후보를 끌어들이고 공약도 많이 내놓을 것”이라며 “큰 정치적인 파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무관심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표의 불참과 정당들의 외면이 맞물린 결과다.

◇ 투표의 힘

전문가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투표는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투표를 한다는 것은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 진다는 것”이라며 “내가 직접 행동하지는 않지만, 투표한 사람이나 당에 책임감을 느끼게 돼 당사자가 잘못했을 때 변화시킬 수도 있고 칭찬할 수도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정치적 무관심은 공동체 의식의 결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권한‧책임을 다하고 사회를 통제한다는 주인의식 및 참여의식을 갖게 된다”며 “방관자적 입장에선 개인주의적 입장에 빠져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낸 세금을 포기하는 책임의 방기”라며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부 구성 절차의무를 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도 투표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권력을 만드는 행위란 측면, 스스로 만든 권력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동의하든 하지 않든 권력에 승복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모두가 책임을 골고루 나누어진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표현일 수는 있다”면서도 “투표를 통해 권력의 독주를 막을 수 있고, 정권을 평가하고, 정신 차리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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