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밑도 끝도 없이 늘 ‘청춘’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은 청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청춘을 무기삼아 강요해온 사회적 압박과 요구에서 벗어나겠다는 이들에게 던진 것은 ‘반항아’라는 시선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20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이번 연재는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20대를 향한 시선을 짚어보고 위로를 건넴과 동시에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고자 한다. [편집자주]

모든 세대가 숱하게 들어온 질문 중 하나인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0대가 방황하고 있다. 이들이 꾸고자 하는 꿈을 직업, 취업 등 사회적 기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는 궁극적 목표를 응원해야 한다. /시사위크
모든 세대가 숱하게 들어온 질문 중 하나인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0대가 방황하고 있다. 이들이 꾸고자 하는 꿈을 직업, 취업 등 사회적 기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는 궁극적 목표를 응원해야 한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면해왔다. 이 질문에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주변의 기대와 자신과의 싸움으로 현실을 살아내는 것도 벅찬 20대들에게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떤 꿈을 꾸는지 묻는다. 원대하고 엄청난 것이 있을 것 같은 이들 역시 수천번, 수만번 자신에게 물어오는 ‘그 꿈’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별다른 뜻이나 의도 없이 물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 질문의 대부분은 ‘취업’ 또는 ‘진로’에 대한 것과 관련이 적지 않다.

실제 어릴 적 기억을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수업시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여러분들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의사, 소방관, 경찰관, 선생님, 가수, 사장님 등 ‘직업’을 이야기했던 경험이 떠오를 것이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직업들이 ‘꿈’이라 여겼고 그것이 ‘성공’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이 강조되는 사회 속에서 성장한 20대 청년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꿈을 ‘진로’ 또는 ‘적성’으로 연결짓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 8월 4년제 대학생 1,831명을 대상으로 진로 결정 시점에 대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8.6%가 “아직도 어떤 일을 할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진로, 직업, 꿈 등 불확실한 미래에 크게 불안감을 느끼고 시도때도 없이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느끼는 ‘대2병’을 겪는 20대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4,168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대2병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자 6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대학입시 위주의 경쟁과 경제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쟁사회 속에서 살았던 세대인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원하는 일과 목표보다 사회적 요구에 맞춘 성장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장기간 지속되면 “꿈이 없다”고 외치며 좌절하는 청년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현실과 꿈 사이 ‘우왕좌왕’… 뉴요커도 그랬다

한국의 20대 청년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영화 '프란시스 하'. 영화 속 주인공 프란시스는 정식 무용단원이 되고 싶은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네이버 영화 스틸 컷
한국의 20대 청년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영화 '프란시스 하'. 영화 속 주인공 프란시스는 정식 무용단원이 되고 싶은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네이버 영화 스틸 컷

한국 20대들의 모습은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도 드러난다. 견습생 신분의 무용단원인 27살 ‘프란시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 ‘소피’와 함께 산다. 영화는 초반부터 무용단에 입단해 자신이 좋아하는 무용을 하는 꿈을 꾸는 프란시스에게 험난한 길을 보여준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동거를 제안한 남자친구와는 소피와의 동거 문제로 이별했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작은 아파트에서도 의지하며 살았던 소피마저 자신이 꿈꿔온 곳을 향해 떠나자 프란시스의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생활고는 무용단에 입단하고자 하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다. 1,200불에 달하는 월세를 당장 낼 수 없어 크리스마스 공연 이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용단장은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통보, 프란시스는 ‘임시 퇴직’한 무용단원이 됐다. 

자신이 꿈꾸는 무용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프란시스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연말을 보내고, 이틀간 무작정 파리로 여행을 떠나보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파리에서 돌아온 다음날 무용단장과의 미팅 약속에 나간 프란시스는 무용수로서의 입단이 아닌 무용단 사무직 제안을 받게 되고, 무용이 아닌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프란시스는 그 자리를 단박에 거절한다. 

무용단에 입단해 정식 단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프란시스는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는 방법도, 뉴욕에서의 생활고를 청산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어떻게든 무용 수업을 듣고 생활고를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생활이 연속된다.

프란시스는 결국 무용단원이 되지 못한다. 대신 무용단 사무직원으로 일하며 자신의 안무를 무용단에 가르치며 공연을 선보이고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독립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작품은 프란시스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며 방황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사회적 강요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꿈을 안고 있음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고 마는 한국 20대 청년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 특정 직업, 꿈으로 삼는 것 지양해야… “거창하지 않아도 돼”

꿈을 정의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회적으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되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사회적인 자리에 올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이 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취업 절벽인 한국사회에서 어떤 회사에 다니거나 소속되는 것 자체가 꿈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 좋은 엄마 또는 아빠가 되는 것,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 자신의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슬퍼해주는 것들 또한 꿈이다. 

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많은 고민을 했던 20대들 역시 ‘꿈은 반드시 거창한 것이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한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C씨(25)는 “가족들의 권유로 막연하게 군인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하고 싶던 일도 아니었고 꿈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수많은 고민을 거쳐 직업을 선택했고 지금은 어떤 특정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휴식을 하고 싶을 때 경제적, 환경적 제한 없이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기업 회사원 G씨(28)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꿈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나름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아직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예전과 비교할 때 지금 갖고 있는 소소한 꿈이 지금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과 자신을 위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는 D씨(29)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게 됐지만 정작 본인은 방황하고 마음잡기 힘들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직업이 있고 미래에 대한 설계가 분명하다면 직업이 꿈이 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사회적 시선이나 압박에 못이긴 것을 꿈으로 꾸고 이루려고 한다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꿈은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성과나 목표치 같은 것들이 아니며, 스스로 방황할 때 다시 길을 찾아줄 수 있는 무언가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20대들은 다양한 꿈을 꾸고 있고 여전히 꿈을 찾고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사회적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어도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원동력이 되는 어떤 것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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