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위비가 코로나19 사태로 끝내 우승을 거머쥐지 못하게 됐다. /뉴시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위비가 코로나19 사태로 끝내 우승을 거머쥐지 못하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위비가 끝내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또 하나의 비극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2019-20시즌 남은 경기를 모두 취소하고, 시즌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프로배구 V-리그가 시즌을 모두 마치지 못한 채 조기 종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부터 4월까지 펼쳐지는 프로배구는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어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한 바 있다. 이에 무관중 경기를 펼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이달 초 리그를 전면 중단했다. 그리고 끝내 재개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우승팀은 없다. 연맹은 5라운드 기준 순위만 최종순위로 인정하기로 했다.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우승을 확정지은 팀이 없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또 하나의 ‘초유의 사태’이자 ‘잔인한 비극’이다. 5라운드까지 남자부 선두는 우리카드였다. 리그 종료까지 단 4경기만 남겨놓고 있었고, 1경기 덜 치른 2위보다 승점 4점이 앞서 있었다. ‘확정’은 아니었지만,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팀인 것은 분명했다.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5연승을 달리는 등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우승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우리카드의 사연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더욱 안타깝다. 2008년 창단해 2009-10시즌부터 참가한 우리카드는 줄곧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첫 모기업이 부도로 다른 기업에 인수된 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고, 리그의 지원 속에 겨우 연명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모기업과 관련된 속앓이가 이어졌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좋은 성적은 기대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우리카드가 마침내 봄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모기업 문제가 안정을 찾으면서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3위로 시즌을 마치며 사상 첫 ‘봄 배구’ 무대를 밟았다. 이어 올 시즌엔 아예 선두를 질주하며 사상 첫 리그 우승에 다가섰다. 10여년의 설움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누구에게 하소연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카드 입장에선 시즌 조기 종료가 안타깝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가까스로 진정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재개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상당하다. 무관중 경기로 강행한다 하더라도 선수 등이 위험하다. 자칫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거센 후폭풍을 마주할 수 있다. 리그를 중단한 채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도 각종 계약문제 등 뒤따르는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종료 시점의 리그 1위에게 ‘우승’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애매하다. 매섭게 추격해온 2위 팀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사 우승팀 지위를 안겨줬다 해도, 오롯이 인정받을 수 없는 우승임이 자명하다.

우리카드에게 건넬 수 있는 건 위로 뿐이다. 비록 뜻 깊은 창단 첫 우승을 향한 발걸음이 중간에 멈춰 서게 됐지만 우리카드의 올 시즌은 충분히 훌륭했다. 그리고 배구는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물러가고, 다음 시즌이 돌아올 것이다. 또 우리카드에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게 될 우승의 그날은 아마 더욱 뜻 깊고 값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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