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늘 ‘에너지’의 발전과 함께했다. 142만년 전 시작된 불의 시대를 지나 화석연료의 시대에 들어선 인류는 산업혁명을 이룩했고 원자력이라는 고효율 에너지원를 통해 지금의 현대문명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원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새로운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1월 수소사회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후 많은 성과도 있었으나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걸어온 수소경제의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존의 화석연료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발전 등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들은 '잉여전력'과 불규칙적인 전력 생산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P2G'시스템이다./ 현대자동차
기존의 화석연료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발전 등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들은 '잉여전력'과 불규칙적인 전력 생산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P2G'시스템이다./ 현대자동차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화석 연료로 인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인류가 내놓은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에너지로 태양광, 풍력, 수소, 수력, 지열, 핵융합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7년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체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7%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항시 사용이 가능해야하고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 풍력의 경우 불규칙적인 일조량, 바람 세기의 변화로 발생하는 ‘불규칙적인 발전량’이라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 같은 불규칙적인 발전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원의 ‘친환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P2G 에너지 저장 기술’이다.

제주도 상명풍력단지에서 오는 4월부터 운행 예정인 P2G 시스템 조감도./ 지필로스

◇ 궁극의 친환경 발전방식 ‘P2G’… 버려지는 ‘잉여전력’으로 수소 생산한다

P2G 에너지 저장 기술(Power to Gas, 이하 P2G시스템)이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이용해 대량 생산된 전기로 ‘수소’를 생성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에너지’를 ‘가스’로 전환하는 셈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인 태양의 일조량과 바람세기는 일정치 못하다. 태양의 일조량은 낮에는 높으나 밤이 되면 크게 줄어든다. 바람 역시 계절과 날씨 변화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이로 인해 태양광과 풍력은 낮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일정 시간 때엔 발전량이 너무 많아 버려지는 ‘잉여전력’이 생성된다. 반면 일조량과 바람이 약할 때는 전력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발생되는 잉여전력으로 P2G시스템의 ‘수전해 시스템’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 후 저장한다. 이후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적을 때 저장된 수소로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수전해 시스템은 전기화학반응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전해 기술을 통해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만 생산되고 오염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산되는 수소를 완전한 친환경 수소라는 의미로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이처럼 P2G시스템은 잉여전력의 활용으로 낭비되는 에너지자원을 사용해 친환경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 발전 방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LNG) 등을 개질해 생산하는 ‘회색수소’를 사용하겠지만 2022년 이후에는 P2G에너지 저장기술과 수전해 시스템을 통해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수소’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대량 생산된 전기 중 남은 잉여전력을 이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한 뒤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기술인 'P2G'시스템 모식도./ 지필로스

◇ P2G시스템의 불안정성, ‘전력변환장치’로 해결

그런데 잉여전력을 수소로 전환한 후 사용하더라도 P2G시스템에 이용되는 태양광· 풍력의 불규칙적인 발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발전의 변동성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안정은 수전해 시스템의 ‘전해조(수전해 시스템에서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핵심 장치)’에 무리를 가할 수 있다. 이는 전해조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으며 수소 생산효율도 감소하는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되는 것이 ‘전력변환장치(PCS)’다. 전력변환장치란 에너지 저장시스템 내에 발전원에서 전력을 받아 배터리 등에 저장하거나 방출시키기 위해 전압, 주파수, 전류 등의 전기 특성을 변환하는 장치다. 

전력변환장치를 이용하면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일정하게 수전해 시스템 전해조에 전달할 수 있어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의 수소생산이 가능해진다. 또한 비상전원기능이 장착된 전력변환장치는 정전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요 부하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기관과 지필로스 등의 기업들이 P2G시스템 도입을 위해 전력변환장치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P2G시스템 기업인 지필로스에서는 600W급에서 500kW급에 이르는 전력변환장치를 개발했으며 현재 미국시장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P2G시스템에 이용되는 태양광· 풍력의 불규칙적인 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필로스의 전력변환장치(PCS)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재생에너지 활성화된 유럽, P2G시스템 활용 ‘활발’

해외에서는 이미 P2G에너지 저장기술의 연구개발과 활용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P2G에너지 저장기술 도입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 2018년 유럽연합(EU)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전체 에너지의 32%가지 늘리기로 한 바 있다.

먼저 독일의 경우 수급 안정을 위해 P2G에너지 저장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잉여 재생 에너지를 수소로 바꿔 향후 재생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때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이용해 수소연료전지자동차(HFCV)의 연료와 연료전지발전소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독일 전력회사 E.ON은 풍력발전과 P2G 연계로 수소를 생산하는 2MW급 플랜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 자동차 제조회사 아우디도 6MW급 P2G플랜트를 상업 운영 중이다. 독일은 올해 총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을 35%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한 오는 2050년까지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전세계 풍력 에너지 활용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덴마크 역시 P2G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현재 전체 전력의 20%이상을 풍력으로 조달하고 있는 덴마크는 올해 안에 P2G사업을 활용한 풍력발전으로 전체 전력 소비량의 50%를 충당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국에서 운전 중인 실증 플랜트도 34곳이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오는 2030년까지 전력 5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수송용 연료의 30%를 P2G시스템으로 생산한 메탄 및 수소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독일 에너지회사인 에너트랙의 P2G시스템 '하이브리드 파워 플랜트'./ Enertrag

◇ 국내에서도 P2G시스템 도입 움직임↑… 업계, “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 필요”

이처럼 세계 재생에너지 선진국이 P2G시스템 기술개발 및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P2G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제주도의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잉여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0.18%다. 올해는 제주도 재생에너지 전체 발전량 중 14.6%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전체 에너지 발전량에서도 재생에너지에 의한 잉여전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오는 2022년에는 잉여전력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더 나아가 2025년에는 5.4%, 2030년에는 10.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P2G시스템 도입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1월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제주에너지공사,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생산 및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오는 4월부터 제주 상명풍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이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에 대한 수요 창출 및 보급기반 마련을 위해 추진됐다. 국내에서 수소 생산을 위해 설치된 P2G시스템은 이번 제주 상명풍력발전소가 최초다. 한국중부발전은 오는 2030년까지 제주도 내 그린수소 생산설비 확충 및 연료전지 사업 투자 등으로 4,20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 제주 상명풍력발전소에 설치될 예정인 지필로스의 P2G시스템의 모습./ 박설민 기자 

아울러 울산시도 지난달 18일 미래형 전력망 시스템 구축을 위해 ‘P2G 기반 한전 MG 실증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울산시, 한국전력공사 등이 참가하는 이번 사업은 총 19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사업기간은 오는 2022년 4월까지다.

다만 국내 P2G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관계기관의 지원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P2G시스템과 관련된 기술 개발 과제 및 연구 성과는 많았으나 상용화 및 해외 기술 수출 등 다음 단계를 위해선 ‘실효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수익성이 크지 않은 초기 단계의 P2G시스템 사업은 이를 충당할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필로스 강병근 이사는 “현재 P2G시스템을 이용한 그린수소는 기존의 도시가스 개질을 통해 생산되는 회색 수소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키워야할 사업인 P2G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선 이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등이 도입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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