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분사형 소독제'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사형 소독제를 대기 중에 분사하는 행위가 오히려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시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분사형 소독제'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사형 소독제를 대기 중에 분사하는 행위가 오히려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전국민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손소독제, 알코올 솜에 이어 ‘분사형 소독제’가 인기 방역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분사형 소독제를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나섰다는 중소상공인들의 게시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대기 중에 퍼져있을 코로나바이러스를 소독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분사형 소독제를 구입하거나 대여, 대기 중에 살포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또한 포털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분사형 소독제의 높은 살균 효과를 언급하며 ‘공기 중에 살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 대기중 코로나바이러스, 분사형 소독제로 살균? 

‘분사형 소독제’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통 분무기에 바이러스 살균 성분이 담긴 소독제를 비롯해, 광범위한 범위에 살포할 수 있는 기기형 소독제 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으며 온오프라인에서 구매 가능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살균에 효과적인 주된 화학성분은 △치아염소산나트륨, 아염소산나트륨 등의 ‘염소 화합물’ △에탄올, 이소프로판올 등의 ‘알코올’ △벤잘코늄염화물 등의 ‘4급 암모늄화합물’ △과산화수소, 과아세트산 등의 ‘과산화물’ △클로록실레놀 등의 ‘페놀 화합물’ 등 총 5가지다. 이에 분사형 소독제에 이 같은 성분들이 주로 포함돼 있다.

이들 중 흔히 알려진 성분은 단백질을 녹이는 치아염소산나트륨이다. 치아염소산나트륨은 일반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락스’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4급 암모늄화합물은 독성이 높은 화학물인 만큼 소독제로는 극소량만 사용된다. 분사형 소독제는 손소독제와 달리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환경부를 거친 분사형 소독제는 ‘승인 제품’과 ‘신고 제품’으로 나뉘어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승인 제품’은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중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권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소독이 가능한 유효성분을 유효농도 이상 포함하고 있는 제품으로, 전문 방역자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소독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한다. ‘신고 제품’은 환경부에 안전 확인대상으로 신고된 제품으로 가정, 사무실, 차량,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환자, 일반 소비자들이 자가소독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환경부와 국립과학연구원은 현재 초록누리, 질병관리본부 누리집 등을 통해 분사형 소독제 승인 제품과 성분, 함유량 등을 확인하고 코로나19바이러스 방역에는 승인 제품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소독제를 대기 중에 뿌렸을 시, 코로나바이러스 살균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기 중에 소독제를 분사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대기 중에 퍼져있거나 부유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대기가 아닌,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을 일으킨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분사형 소독제를 단순히 대기 중에 분사하지 말고 수건이나 걸레 등 천에 직접 분사해 닦아낼 것을 권장한다. 방역당국은 분사형 소독제를 사용시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할 것을 강조한다. /뉴시스
의학계에서는 분사형 소독제를 단순히 대기 중에 분사하지 말고 수건이나 걸레 등 천에 직접 분사해 닦아낼 것을 권장한다. 방역당국은 특히 분사형 소독제를 사용시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할 것을 강조한다. /뉴시스

◇ 대기 중 소독제 분사 효과 없다… “인체부작용 가능성 높아”

한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를 필요로 한다. 동‧식물, 세균, 방사균 등 ‘살아있는 세포’를 숙주로 삼고 그 세포 내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관들을 갖추고 있는 ‘박테리아’ 등 세균과는 성질이 다르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알려진 코로나19의 주된 감염 경로는 비말(침방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말 형태로 노출되면 짧은 시간 안에 표면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입자도 공기 입자보다 커 최대 2m 내 표면에 가라앉게 되고 대기 중에는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일반 대기 환경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함유한 비말은 물리적으로 대기 중에 존재할 수 없다”며 “외부 환경을 거쳐 주변 시설 및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코로나19는 비말이 주된 감염 경로여서 실외 감염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이라며 “코로나19가 비말 이외의 감염 경로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만 봐도 대기 중에 소독제를 살포하는 행위, 인체에 직접 소독제를 살포하는 행위 등은 오히려 인체 부작용만 유발한다”고 말했다.

◇ 실내 분사 절대 피하고, 소독제로 표면 닦아내야

방역당국은 분사형 소독제는 반드시 지침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세부지침’에 따르면 분사형 살균제를 사용하기에 앞서 △가운 △KF94 이상 또는 동급의 보건용 마스크 △안면보호구 △장갑 등 기본적인 보호구를 갖춰야 한다.

이후 밀폐된 실내에서의 분사형 소독제 사용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직접 분사가 아닌 수건, 걸레 등 천에 소독제를 직접 묻혀 오염된 표면을 닦아내고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 보호구 탈의 시에도 신체의 오염을 최소화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반드시 손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다만 정부의 방역 과정에선 분사형 소독제의 직접 살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 경우, 대기 중이 아닌 바닥과 물체를 향해 살포가 이뤄진다. 살포 후에는 반드시 닦는 작업이 진행된다.

국립과학연구원 관계자는 “분사형 소독제는 대기 살포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며 “성분별로 사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확인한 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역시 해당 제품들을 사용할 때 반드시 사용 시 주의사항을 확인해 준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사용시 반드시 주의사항 등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사형 소독제의 방역 효과성보다는 독성에 따른 부작용을 더 크게 지적하고 있다. 분사형 소독제가 ‘에어로졸’ 형태로 대기 중에 짧은 시간 부유하고 있고 이를 흡입할 경우 폐, 기관지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어로졸이란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가 대기 중에 떠다니는 것을 뜻한다.

또한 KF94 이상 또는 동급의 마스크, 일반 마스크만 착용한 상태에서 분사형 소독제를 사용하면 에어로졸 현상으로 안구, 피부, 호흡기 등을 통해 화학성분이 인체에 쌓이기 시작하면 최악의 경우 폐 섬유화 등 심각한 폐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의료계는 우려한다.

◇ 임의 사용시 오히려 폐질환 우려도  

여기에 국립과학연구원은 신고용 분사형 소독제의 경우, 제대로 된 실험 결과도 없어 효과성과 유해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문영 국립과학연구원 연구원은 “승인용 소독제는 최대 10분내 바이러스가 99.9% 살균되는지 테스트한 실험 내용 증명서 등을 제출한다”며 “그렇지 않은 신고용 소독제는 바이러스가 살균되는지, 인체에 유해한지 조차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영석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어떠한 바이러스도 없는 대기 중에 소독제를 뿌리면 대기 중에 일시적으로 부유하게 되고 환기도 되지 않은 경우 화학성분들을 모두 흡입하게 돼 인체에 상당히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체에 무해한 살균제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은 구매 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식약처 관리 대상 품목이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증명서 등이 있다”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독성학 실험을 거쳤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 중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사형 소독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되도록 분사 형식의 소독법은 피하고 손을 깨끗이 씻거나 불가피한 경우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인체에도 무해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최종판정 - 전혀 사실이 아님 
 

근거자료
 

-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 인터뷰 
-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인터뷰 
- 황문영 국립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인터뷰 
- 조준행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사무관 인터뷰
- 제약사 및 대한의사협회 인터뷰  

- 환경부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세부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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